‘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온라인에서 아이돌 덕질, 어디에서 하나요?”
이 질문 하나로, 흔히 상대가 ‘덕후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다. 만약 ‘공식 팬카페’밖에 모른다면 분명한 머글*일 테다. 그나마 모든 덕후들의 성지인 SNS, ‘X(구 트위터)’를 떠올렸다면 아이돌 덕질에 대해 조금은 아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머글: 덕후가 아닌 일반 사람들
아이돌 팬들을 위한 서비스 위버스, 버블, 포카마켓_출처 : 위버스, 버블, 포카마켓
하지만 ‘찐’ 덕후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은 이게 끝이 아니다. 소통부터 공지 전달, 굿즈 구입까지 통합된 덕질 플랫폼부터 최애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채팅 플랫폼, 포토카드 전용 거래 플랫폼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거대한 케이팝 팬덤을 기반으로 한 산업인 만큼 덕후들의 니즈만 제대로 공략하면 수익도 쏠쏠하다는데. 방구석 아이돌 덕질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는 온라인 앱들을 지금부터 브랜더쿠와 함께 살펴보자.
위버스: SM도 끌어당긴 하이브의 팬 플랫폼
출처 : 위버스
BTS로 시작해 뉴진스, 르세라핌, 투모로바이투게더, 엔하이픈까지 요즘 핫한 아이돌이 대거 속한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2019년 6월, 하이브가 팬들을 위해 만든 커뮤니티 플랫폼이 바로 ‘위버스(WEVERSE)’다. 현재 이곳엔 하이브의 아티스트들은 물론, SM 엔터테인먼트의 샤이니, NCT, 레드벨벳, 에스파 등을 비롯해 여러 소속사의 아티스트들이 속해 있다. 강력한 아이돌 라인업과 함께 위버스는 나날이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위버스 모바일 앱은 약 1억 1,300만 건 다운로드됐으며, 가입자의 90% 이상이 해외 사용자일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뜨겁다.
출처 : 위버스
위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통합 플랫폼’이라는 점. 아이돌과의 소통은 물론, 사전녹화나 콘서트 응모 등의 공지도 확인할 수 있고,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에서 앨범이나 굿즈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위버스 자체가 글로벌 팬들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만큼, 굿즈 구입 시 해외 배송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유료 멤버십 가입자만 이용 가능한 서비스도 다양하다. 콘서트 선예매 혹은 사전녹화 신청 등이 대표적이며 멤버십 전용 라이브 방송 및 이벤트 참여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한모씨(22, 엔하이픈&크래비티 팬): 계속 위버스에 있는 아이돌만 좋아하다가, 최근 그렇지 않은 아이돌을 덕질하게 되니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위버스는 덕질에 필요한 모든 것이 '올인원' 되어 있어서 이만큼 덕질하기 편한 앱이 없는 것 같아요.
버블: "우리 OO이 잘자" 최애와 채팅할 수 있다고?
출처 : 버블
최근 소개팅 앱보다 ‘이 앱’에 돈 쓰는 20대 여성들이 속출하고 있다. 바로 좋아하는 아이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유료 채팅 앱, ‘버블’! 팬에게는 일대일 채팅처럼 보이는, 아이돌과 팬들의 단체 채팅 서비스로 팬은 좋아하는 아이돌과 단둘이 대화하듯 이용할 수 있다. 구독 아티스트 한 명 당 월 구독료 4,500원을 내야 하지만, 한 달에 커피 한 잔 안 마시고 최애와 카톡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어느 덕후가 안 할까? 실제 버블은 지난해 하반기 구독자 수 약 230만 명을 기록했다.
대화의 친밀감을 높여주는 기능들도 버블의 인기 요인이다. 자신의 닉네임을 설정해 놓으면, 아이돌의 메시지에 자동으로 그 닉네임이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우리 OO’로 닉네임을 설정하면 최애 아이돌에게 ‘우리 OO아 보고 싶어’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생일도 미리 입력해두면, 생일날 아이돌의 축하 메시지도 확인할 수 있다. 라이브 방송 기능에선 마치 영상통화 하듯 최애가 불러주는 신청곡을 감상할 수 있다. 굳이 돈을 내지 않고도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최애의 소식을 알 수 있지만, 버블을 통해선 내 최애의 사적인 모습에도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김모씨(21, 더보이즈 선우 팬): 방송용, 공연용 말투가 아닌 말들로 보내주는 메시지는 물론, 버블로만 확인할 수 있는 미공개곡과 셀카, 영상들도 덕후라면 놓칠 수 없어요. 가끔 절묘하게 자신과 최애의 메시지 내용이 맞아 들면, 티키타카를 나누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죠.
포카마켓: 내 최애의 '갈망포카'를 3초 만에 Get?
출처 : 포카마켓
아이돌의 셀카를 명함 사이즈 정도로 만든 ‘포카(포토카드)’는 덕후들이 환장하는 미끼 상품이다. 포카 한 장을 더 얻기 위해 앨범을 여러 장 사고, 아이돌이 출연하는 공개 방송에 응원을 갈 정도라고. 랜덤 지급되는 포카의 특성상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땐 몇 배의 웃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거래해야 한다. 보통 X에서 거래하지만, X에선 자신이 원하는 포카 시세를 일일이 직접 비교해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2021년 1월 이런 갈증을 해결하겠다며 등장한 앱이 바로 ‘포카마켓’이다. 현재 누적 회원 수 80만 명 이상을 보유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포카마켓은 오직 ‘포토카드 거래’에만 초점을 둔 만큼, 구매자와 판매자의 니즈가 잘 연결된 거래의 장이다. 거래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검색을 통해 거래를 원하는 포토카드를 찾는다. 원하는 아이돌, 앨범/특전/팬싸 등의 카테고리로 필터링을 거쳐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포카를 찾기 훨씬 쉽다. 포카를 찾은 후엔, 구매 혹은 판매에 대해 원하는 가격을 등록한다. 가격에 응하는 상대가 나타나면 준등기 등의 방법으로 거래하면 된다. 당근마켓처럼 우리가 흔히 아는 중고 거래 플랫폼 중에서 ‘포토카드 거래에 특화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게다가 회원 가입만 하면 포토카드 거래 기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에 접근 장벽이 낮으며, 거래 시 꼭 필요한 정보만 요구하기에 개인정보 보호도 확실히 해준다는 신뢰까지 준다. 하지만 이용자 풀은 X가 훨씬 크기에, 덕질하는 그룹 팬덤 규모가 크지 않다면 X에 비해 포카마켓에 매물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염두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돌 덕후 겨냥 서비스들이 호평만 받는 건 아니다. 지금은 버블을 운영하는 ‘디어유’에 인수된 엔씨소프트 제작 케이팝 플랫폼, ‘유니버스’는 아이돌의 음성을 본떠 개발한 AI 보이스로 전화를 할 수 있는 ‘프라이빗 콜’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실제 인물에 비해 다소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로 팬들의 반발을 일으키며 “기괴하고 소름 돋는다”, “기계음 티가 난다” 등의 불만을 야기했다. 게다가 “왜 전화 안 받아?”, “지금 회사에 있을 시간이지?” 등 시대착오적 멘트로 팬들의 불쾌감을 사기도 했다. 심지어 아이돌을 본떠서 만든 아바타는 성 상품화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일부 팬들은 유니버스 불매 운동을 전개했다.
결국 아이돌 팬덤 산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덕후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누구보다도 최애를 향한 애정이 가득한 덕후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이들의 니즈를 ‘섬세히’ 충족시키는 플랫폼만이 치열한 아이돌 팬덤 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비즈 안채원 인턴 기자 awaw921@naver.com
인터비즈 이한규 기자 hanq@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