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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들어온 가드닝…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가보니[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입력 | 2024-02-29 18:22:00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그린무어’ 부스에서 만난 수선화와 다알리아. 김선미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3월 3일까지 열리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다녀왔습니다. 올해가 벌써 29번째인 이 박람회는 매년 3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내 최대 규모의 리빙 전시회입니다. 올해에도 450여 개 브랜드가 참여했는데요. 특히 가드닝 부스들이 꾸려져 관람객이 몰린 모습을 보니 확실히 우리나라에 정원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각종 가드닝 용품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는 리빙 트렌드가 왔다. 김선미 기자


가드닝 라이프 스타일을 콕 찍어 보고 싶다면 코엑스 3층 D홀로 직행하셔도 좋습니다. 가드닝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 ‘그린무어’가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끕니다. 서울 서초구 신원동에 매장을 둔 이 회사는 김민경 공동대표(31)와 그의 영국인 남편 벤자민 피셔 공동대표(30)가 함께 이끄는 곳이었습니다. 영국에서 아내는 패션, 남편은 약학을 공부하다가 만나 서울에서 가드닝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합니다. 남편의 고향이 영국 런던 근교의 동화같이 예쁜 마을 코츠월드이고, 아내의 부모님은 경기 과천과 서울 서초동에서 오랫동안 조경 농장을 하셨다니 운명적 만남이 아니었을까요.

‘그린무어’의 김민경 공동대표(오른쪽)와 그의 영국인 남편인 벤자민 피셔 공동대표. 김선미 기자


이곳의 전시 부스에는 영국에서 직수입한 가드닝 제품들이 확실히 많습니다. 전 세계 가드너들이 선망하는 영국왕립원예협회(RHS)의 사슴 가죽 가드닝 장갑을 비롯해 캠브리지대학 식물원의 일러스트 엽서, 각종 꽃무늬 티 타월 등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집니다. 다알리아, 수선화, 개나리재스민, 수염패랭이 등의 식물 화분도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영국의 자연보호 민간단체 내셔널트러스트가 펴낸 ‘시크릿가든’이라는 책도 샀습니다. 같은 제목의 기사를 연재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반갑던지요. 넋 놓고 예쁜 제품들을 탐하다가는 가산 탕진할 수 있으니 주의 바람입니다!

꽃무늬 티타월들. 김선미 기자


‘정원생활 바이 오랑쥬리’ 부스에서 주례민 대표도 만났습니다. 정원생활 바이 오랑쥬리는 지난해 9월25일 ‘김선미의 시크릿가든’을 통해 소개했던 경기 용인의 가든센터입니다(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925/121349395/1). 주 대표는 말합니다. “라이프스타일에 식물이 빠질 수 없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나왔습니다. 정원에 쓸 수 있는 수반, 가드너들이 직접 손으로 그린 그림, 국내에서 제작한 호미와 가방 등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정원 설계 시공에 대한 협업 제안도 환영합니다.”

정원생활바이오랑쥬리 부스. 김선미 기자

정원생활바이오랑쥬리 주례민 대표가 자신이 직접 그린 꽃그림 앞에 섰다. 김선미 기자

‘송버드(Songbird)’라는 업체도 흥미로웠습니다. 플랜테리어(plant+interior·식물 인테리어)에 빠질 수 없는 게 화분인데요. 이 업체는 개성 넘치는 화분마다 이름을 붙여 화분의 존재감을 묵직하게 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 절로 떠오릅니다. 화분 위쪽에 식물을 담는 ‘큐피드’와 ‘버그 라이프’ 같은 화분은 곁에 두고 보면 자주 얼굴에 미소를 짓게 될 것 같아요.

‘송버드’의 유머러스한 화분들. 김선미 기자

도시의 사무실과 아파트에서 한 뼘 실내 정원을 가꿀 수 있는 플랜테리어 모듈을 판매하는 ‘서울 가드닝 클럽’, 수경 식물을 선보이는 ‘메이크 정글’, 가드닝 앞치마와 장갑 등 각종 가드닝 용품을 선보이는 ‘세븐가드너스’, 토분을 파는 ‘그로브팟’ 매장도 들러보세요.

실내 정원을 가꿀 수 있는 플랜테리어 모듈을 판매하는 ‘서울가드닝클럽’. 김선미 기자

‘세븐가드너스’의 가드닝 앞치마들. 김선미 기자


1층에 있는 제주 ‘스누피가든’ 매장에서는 각종 스누피 관련 상품을 판매합니다. 캠핑존과 상담존 등 스누피 캐릭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들이 특히 인기네요.

제주 ‘스누피가든’의 포토존. 김선미 기자


가드닝 매장이 아니어도 확실히 요즘의 리빙 트렌드는 식물과 함께 하는, 심신의 고요한 평화를 꿈꾸는 삶을 지향합니다. 서영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임태희 디자이너는 ‘집: Sweet Home’이라는 주제로 기획관을 선보이면서 행복이 가득한 집을 10개의 공간으로 구현했습니다. 요리가 취미인 아빠의 방, 식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섬세한 아들의 방…. 버려진 등을 뜨개질한 천으로 감싸서 만든 리사이클 새장 등을 보면 우리 시대가 원하는 따뜻함과 다정함이 무엇인지 느껴집니다.

이 행사를 마련한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는 말합니다. “그린 문화로서, 환경을 위해서라도 정원문화와 정원산업은 앞으로 더욱 퍼져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가드닝은 우리 삶에 위로를 주니까요.”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