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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위 통합 덩치키운 日 ‘약국 체인’… “동남아-中 20억명 노린다”

입력 | 2024-03-01 01:40:00

2027년 세계 5위 ‘약국기업’ 탄생
2009년 약사법 개정 판매 규제 완화… 슈퍼처럼 판매 ‘체인형 약국’ 급성장
고령화 급속 진행된 동남아-中 진출… 자본력-최고藥으로 ‘블루오션’ 공략
韓은 약사 반발로 슈퍼 판매 못해




일본 ‘체인형 약국(드러그스토어)’ 1위 업체인 웰시아홀딩스와 2위 쓰루하홀딩스가 통합하기로 했다고 두 회사 모두의 모회사인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이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두 회사가 목표하는 2027년 12월까지 통합이 이뤄지면 지난해 기준 합계 매출액 2조1142억 엔(약 18조 원)에 달하는 세계 5위의 약국 체인이 탄생한다.

2009년 일반 의약품 판매 규제를 완화한 일본에서는 체인형 약국 산업이 급성장하며 유통업계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 일군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고령화가 막 시작되는 동남아시아, 중국 등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신규 성장동력을 찾은 셈이다. 약사단체의 반발 등으로 관련 규제를 풀지 못한 한국과 대조적이다.



● 부작용 적은 약, 약사 아니어도 판매


일본 체인형 약국 급성장의 계기는 2009년 약사법 개정이다. 당시 소화제 같은 간단한 일반 의약품조차 약사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기존 법 때문에 소비자의 불편이 크고, 실효성 있는 복약 지도 또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약사가 처방전 조제를 하는 기존 약국 외에 일반 의약품을 슈퍼마켓의 일반 상품처럼 파는 ‘체인형 약국’이 급성장했다.

당시 당국은 약을 크게 네 종류로 세분했다. 일단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고 약사만 팔 수 있는 ‘전문 의약품’이 있다. 이어 발모제, 입술 포진 연고 등 부작용 우려로 주의가 필요한 약은 처방전은 필요없지만 약사만 팔 수 있는 ‘제1류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해열제, 진통제 등 일정 부작용이 있는 ‘제2류 의약품’은 약사는 물론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전문직으로 꼽히는 등록판매사 역시 팔 수 있게 했다. 소화제, 비타민제 등 부작용이 미미한 ‘제3류 의약품’은 복약 지도 의무를 폐지하고 사실상 누구나 팔 수 있도록 했다.

법 개정 후 제2·3류 의약품을 슈퍼마켓처럼 판매하는 체인형 약국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체인드러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일본 드러그스토어 매출액은 2009년 5조4430억 엔(약 48조4700억 원)에서 2022년 8조7134억 엔(약 77조6000억 원)으로 60% 성장했다. 백화점을 제치고 편의점, 슈퍼와 함께 유통업계의 3대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 고령화 빠른 동남아-中 노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웰시아-쓰루하가 합병 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의 20억 명 소비자를 노릴 것으로 분석했다. 유엔 인구 추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1개국은 2019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면서 ‘고령화’에 진입했다. 2043년에는 이 비율이 2배 높은 14%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태국의 지역 인구 1000명당 의료 종사자는 0.8명으로 일본(2.6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규제 완화로 키운 막강한 자본력과 수십 년간 다져온 세계 최고 약 품질을 토대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블루오션’을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한국은 2012년부터 24시간 운영되고 점원이 있는 편의점에 한해 상비약 13종을 판매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다루는 품목은 여전히 13개에 불과하다. 또 당국은 2016년 일반약의 자동판매기(화상투약기) 판매와 상비약의 슈퍼마켓 판매 확대 등을 검토했지만 약사들의 반발로 실현되지 못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