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과일 할인판매 뒤엔… “매주 딸기 농장, 오렌지 찾아 미국까지”

입력 | 2024-03-01 01:40:00

이마트 바이어와 동행해보니
전국 산지 돌며 딸기 작황 직접 살펴
매달 할인행사에 ‘물량 확보’ 총력전
정부 “못난이 공급 늘려 과일값 안정”



지난달 28일 경남 고성군에 있는 딸기 농장에서 이마트 딸기 담당 바이어 이완희 부장(사진 오른쪽)이 농장 주인 이규원 씨와 딸기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고성=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이날 농장에서 갓 수확한 딸기들을 포장 작업 전 영상 3도 이하 저온 창고에 보관한 모습. 고성=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지난주 비가 너무 와서 걱정이네요. 딸기가 목표한 만큼 나올까요?”

“수량은 문제없는데 사이즈는 특(特)보다 상(上) 비율이 높아질 겁니다.”

지난달 28일 경남 고성군에 있는 한 딸기 농가. 농장 대표 이규원 씨와 이마트 딸기 담당 바이어 이완희 부장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딸기를 살피며 30분 넘게 대화를 이어갔다. 다음 주 할인 행사를 앞두고 딸기 납품량과 적정 가격을 정하는 과정이었다.

이 부장은 “팬데믹 기간까지만 해도 대용량이나 이색 과일 상품이 대세였지만 지금은 저렴한 가격이 최우선이 됐다”면서 “싸면서도 양질의 딸기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곳을 찾아 충남 논산부터 전남 담양, 경남 고성 등 최소 1박 2일 코스로 매주 딸기 농장을 돌아다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일값이 치솟으면서 소비자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가격 전쟁’ 최전방에 선 대형마트 바이어들은 한층 더 분주해졌다. 전국 과일 산지를 직접 돌아야 새로운 공급처에서 물량을 확보해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에 상품을 내놓을 수 있어서다.

이마트는 매달 딸기 한 팩에 ‘1만 원 이하’로 판매하는 할인 행사를 열고 있다. 2월에도 16∼29일 2주간 1만4800원 하던 ‘금실’ 딸기(500g)를 9990원에 선보였는데 일주일 만에 준비한 물량 46만 팩을 모두 팔았다. 신규 공급처 발굴과 산지와의 직접 소통을 통한 납품 안정성 확보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대형마트 과일 담당 바이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딸기에 주목하고 있다. 딸기가 겨울 제철 과일로 이맘때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도 있지만, 작황이 부진한 다른 과일을 대체하기에 적합하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사과와 배는 지난해 불볕더위와 폭우 등 이상기후로 수확량과 품질이 예년보다 크게 저조하고, 이로 인해 가격도 급등했다.

대체 과일로 딸기 수요가 몰리면서 바이어들은 작황과 시세를 파악하기 위해 농가를 한 곳이라도 더 방문하려 하고 있다. 이 씨의 딸기 농가는 프리미엄 딸기인 금실을 키우고 있다. 금실은 10브릭스(Brix·당도 측정 단위) 이상으로 가장 보편적인 품종인 ‘설향’(7∼9브릭스)보다 달고 단단하다.

하우스 100동(약 1만 평) 규모로 생산성도 높아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딸기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부장은 오전 1시에 열리는 서울 가락시장 경매 현장에서 이 씨가 프리미엄 딸기인 금실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내놓는 걸 보고 곧장 고성 농장을 찾아 공급을 요청했다. 2022년 11월부터 이 씨는 전체 생산 물량의 30%를 이마트에 납품하고 있다. 이마트로선 가격 경쟁력 확보를 도운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다.

딸기와 함께 겨울철 대체 과일로 내세우고 있는 품목은 오렌지다. 정부가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 과일 관세를 낮추거나 면제하는 할당 관세를 도입하자 이마트의 오렌지 담당 바이어는 바로 미국 출장을 떠났다. 여러 농장을 다니며 협상한 끝에 올해 초 오렌지 납품 물량을 기존보다 50% 높이기로 합의했다. 1월 26∼28일 이마트는 미국산 오렌지 특 상품을 개당 1280원에 선보여 100t 가까이 팔았다.

정부도 과일 가격을 낮추기 위해 가격이 저렴한 비정형과(모양은 좋지 않지만 맛과 신선도에는 문제가 없는 과일)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9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을 방문해 “장바구니 물가도 덜고 유통업계도 공급에 여력을 가질 수 있도록 모양은 조금 못하지만 맛과 영양이 정상과 못지않은 비정형과와 소형과를 지속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고성=송진호 기자jino@donga.com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