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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우크라 파병, 핵무기 사용 부를것”

입력 | 2024-03-01 01:40:00

“우리 영토 침범땐 비극적 운명”
연례 국정연설서 서방에 경고
FT ‘전술핵 사용’ 러 기밀문서 입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면 핵 사용으로 맞설 수 있다’는 취지의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낼 경우 핵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위협했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우크라이나 파병안에 공개 경고로 맞선 것이다. 하루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러시아가 외세와 무력 충돌할 경우 전쟁 초기부터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훈련했다는 러시아군 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례 국정연설에서 “그들(나토)은 우리 영토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 영토를 침범하려 했던 사람들의 운명을 기억하고 있다”며 “이들(나토)의 운명은 훨씬 더 비극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영토에서 그들(나토)을 물리칠 수 있는 무기는 물론, 이 모든 것이 실제 핵무기 사용을 촉발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그들(나토)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가”라고 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면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FT는 “최근 익명 취재원으로부터 2008∼2014년 러시아군 훈련을 위해 작성된 29건의 기밀문서를 입수했다”며 러시아의 핵전쟁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외국이 러시아를 공격하거나, 러시아가 군사적 충돌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억제당하거나, 전투에 패하거나 영토 상실 가능성이 있을 때 전술핵을 쓸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 해군의 또 다른 훈련 문서에도 전술핵 공격 상황이 나와 있다. △적군의 러시아 영토 진입 △국경 경비 부대의 패배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적 공격 임박 등이다. 구체적으로 러시아군 전략핵잠수함(SSBN) 전력의 20% 이상, 핵추진잠수함(SSN)의 30% 이상, 순양함 3척 이상 등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러시아가 현재 반(反)서방 연대를 구성하고 있는 중국도 잠재적인 적군으로 가정했다는 점이다. 한 문서에 따르면 동아시아를 담당하는 러시아군 동부 군관구는 중국이 침공할 때를 가정해 줄곧 전술핵 사용 예행연습을 해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러시아는 “문서 진위가 의심스럽다”며 부인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