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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와 만난 佛 메시앙의 피아노곡, “정답 맞히려 말고 자유롭게 상상을”

입력 | 2024-03-01 01:40:00

‘메시앙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8∼10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메시앙의 피아노곡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 개의 시선’이 발레와 함께 공연된다. 위 사진부터 발레를 연습 중인 무용수 최낙권 김소혜 김유식, 연출과 안무를 맡은 유회웅, 피아니스트 조재혁. 인아츠 프로덕션 제공


프랑스 20세기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의 피아노곡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 개의 시선’이 발레와 함께 공연된다.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연주에 더해 국립발레단 전 수석무용수 출신의 발레리나 김주원과 발레리노 김현웅, 김유식 최낙권 김소혜 이창민 등 차세대 무용수 네 명의 춤과 함께 하는 ‘메시앙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공연이다. 8∼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아기 예수를…’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포로수용소에 갇혀 지내며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를 작곡했던 메시앙이 연합군의 파리 해방 후 발표한 피아노 독주곡이다. 갓 태어난 예수와 동방박사의 방문 등을 나타내는 20개 악장으로 구성됐다. ‘신비로운 사랑의 주제’ ‘별과 십자가의 주제’ 등이 표현되는 가운데 ‘하느님의 주제’ 악장이 계속해 돌아오며 전곡을 묶는 고리 역할을 한다. 메시앙은 피아니스트 이본 로리오의 연주를 상상하며 이 곡을 작곡했는데 로리오는 후에 메시앙의 아내가 되었다.

공연을 기획한 김혜연 PD는 “이 곡은 열 손가락을 모두 사용한 복잡한 화성과 극한의 템포, 예측하기 힘든 화음 변화를 요구하는 고난도의 곡이다. 피아노가 만들어낼 수 있는 수많은 소리를 기록한 걸작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공연의 연출을 맡은 연출 겸 안무가 유회웅은 “곡을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나만의 스토리가 생겼다. 원곡의 각 악장에 나타난 표제에 구애받지 않고 곡에 맞는 움직임을 만들어 나갔다”고 말했다. 20개 악장 중 1악장부터 10악장까지는 ‘남자의 이야기’로, 11악장부터 20악장까지는 ‘여자의 이야기’로 설정해 인간이 내면에서 겪는 고통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춤의 움직임에 집중하기 위해 무대 장치는 스테인드글라스 하나로 제한했다.

“정형화된 리듬이 반복되는 춤곡이 아니라 계속 리듬과 음색이 변화하는 현대곡이기에 안무는 물론이고 음악을 머릿속에 넣는 것부터 저나 무용수들 모두 쉽지 않았습니다. 제게도 큰 도전이었지만 모두 함께 작업에 깊이 빠져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유회웅은 “관객들은 각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답을 맞히려 하지 말고 머리에 떠오르는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자유롭게 상상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메시앙은 1941∼1978년 파리 음악원 교수로 지내는 동안 작곡가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피에르 불레즈,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 죄르지 쿠르타그 등 수많은 작곡 대가를 길러내며 20세기 작곡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와 여러 종(種)의 새소리를 피아노로 표현한 ‘새의 카탈로그’, 삶의 환희를 관현악과 새로운 음색의 악기들로 표현한 ‘투랑갈릴라 교향곡’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공연은 8일 오후 7시 반, 9일 오후 2시와 7시, 10일 오후 2시 등 네 차례 열린다. 전석 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