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산악자전거(MTB)를 처음 봤어요. ‘내게 적합한 운동이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한 2년 지났을 때 친구가 자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으로부터 자전거를 사 왔는데 그게 MTB였죠. 제가 자주 빌려 탔고 결국 제 것이 됐죠. 제 자전거 인생의 시작입니다.”
김규만 굿모닝한의원 원장이 2007년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중국과 파키스탄을 나누는 분수령 쿤제랍패스를 산악자전거(MTB)를 타고 달리고 있다. 여긴 해발 4700m 고지다. 1986년 MTB를 처음 접한 그는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 1800km를 종단했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달리는 등 매년 해외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다. 김규만 원장 제공.
“길 없는 길을 가는 게 MTB의 매력입니다. 우리는 정해진 도로로만 다니죠. 그런데 MTB는 길 없는 곳을 달릴 수 있죠. 과거 걸어서만 갈 수 있는 곳을 MTB를 타고는 갈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산을 달린다고 상상이나 해봤습니까?”
김규만 원장이 MTB를 타고 질주하고 있다. 김규만 원장 제공.
산악회 선후배들이 에베레스트 등정 원정팀을 꾸린다는 소식에 합류해 1991년 네팔로 날아갔다. 그는 “당시 8000m까지만 올랐지만 내가 고소 적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 고산 등반 경험이 있는 사람들보다 짐도 잘 들고, 이동 속도도 빨랐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하면서 네팔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절감했다. 1993년 한의사 4명이 모여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을 결성해 네팔을 찾았다. 초대 단장을 했고 지금까지 네팔, 중앙아시아 등 해외 오지를 다니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김규만 원장이 MTB를 타고 산을 넘고 있다. 김규만 원장 제공.
100km 울트라마라톤과 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8㎞, 사이클 180㎞, 마라톤 42.195㎞)도 수차례 완주했다. 기록을 얘기하자 그는 “내게는 몇 시간에 완주했는지 기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기록은 어느 정도까지는 훈련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내가 본업과 다양한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해 완주했다는 것이 의미 있을 뿐”이라고 했다.
김규만 원장(오른쪽)이 카라코룸 하이웨이를 달리다 포즈를 취했다. 김규만 원장 제공.
“후회하는 거죠. ‘내가 미쳤지’라며. 맛있는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싶은데…. 가만히나 있을 걸 왜 사서 고생을 할까?라며.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쾌락을 느낍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고통도 중독이 됩니다. 마라톤 러너스 하이처럼 운동을 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행복감이 발현됩니다. 모든 운동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어느 순간 즐거움으로 바뀝니다. 사람은 입에 단 약은 오래 먹을 수 없지만 쓴 약은 오래 먹을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소금이나 소스만 따로 먹으면 짜고 독하지만 그것이 없이는 음식을 먹을 수 없죠. 우리 인생에서 고통은 소금이나 소스와 같은 겁니다. 삶이 재정비되고 활기차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규만 원장이 해외에서 자전거를 타다 포즈를 취했다. 김규만 원장 제공.
김 원장은 KOMSTA 의료봉사를 하며 자신이 직접 개발한 시술법을 시행하고 알려주고 있다. ‘소문침법’과 ‘골반교정 치료법’, 그리고 ‘올리브(All+Live) 건강법’이다. 김 원장은 조선 말기의 대학자로 ‘소문대요(素問大要)’를 펴낸 석곡 이규준의 제자 무위당 이원세를 스승으로 모시고 ‘소문학회’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사암침법을 소문대요의 이론에 맞게 진화시킨 ‘소문침법’을 창안했다. 그는 “소문침법이 단순하면서 효과가 직방인 침술”이라고 말한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기회만 되면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김규만 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티베트에서 현지인들과 찍은 사진. 김규만 원장 제공.
김 원장은 소문침법, 골반학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한의학적 경험과 건강법을 통칭해 ‘올리브 건강법’이라고 부른다. 올리브 ‘모두가 살고, 모두를 살린다’는 뜻으로 그가 작명했다. 걷기, 달리기, 눕기, 호흡법 등 언제 어디서든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담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워킹. 어깨와 골반을 반대 방향으로 교차시키면서 걸어야 골반이 바로 잡힌다고 한다. 이런 걷기법을 그는 올리브 워킹이라고 한다.
김규만 원장(왼쪽)에 해외 자전거 투어를 하다 포즈를 취했다. 김규만 원장 제공.
“제가 가족들로부터 얼마나 박해를 많이 받았겠어요. 역시 대중의 시계에 맞추는 게 맞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하라. 차를 샀고 가족들도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는 낮 밤 가리지 않고 시간 날 때마다 자전거를 탄다. 상황에 따라 MTB와 로드 사이클, 미니벨로를 탄다. 한의원이 있는 서울 은평구 불광역에서 불광천을 타고 내려가서 한강을 따라 상류 하류로 달리다 보면 다양한 하천과 연결된다. 동네 인근 야산과 백련산, 안산, 북한산 등을 오르내리기도 한다. 가까운 거리는 두 발로, 더 먼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김규만 원장이 MTB를 타고 질주하고 있다. 김규만 원장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