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삶과 죽음의 이야기/데이비드 스즈키, 웨인 그레이디 지음·이한중 옮김/296쪽·1만7500원·더 와이즈
세계적인 유전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저자는 ‘더글러스 퍼’ 종(種) 나무 한 그루가 작은 씨앗에서부터 700년을 살다가 흙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을 책에 담았다. 나무의 생애에는 모든 생명체의 생애가 압축돼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가 나무에 매료된 것은 자신의 오두막 근처에서 높이가 50m, 둘레가 5m쯤 되는 거대한 더글러스 퍼 한 그루를 발견하고 나서부터다. 크기로 볼 때 400년쯤 되었으니 셰익스피어가 ‘리어왕’을 쓰기 시작할 무렵 생을 시작했고, 아이작 뉴턴이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을 때 처음 싹을 틔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저자는 나무 한 그루의 역사를 통해 다른 시대, 다른 세계와 연결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나무의 일생을 ‘탄생, 뿌리 내리기, 성장, 성숙, 죽음’ 다섯 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숲속 생명의 시작은 불이다. 세계의 숲은 200∼300년에 한 번꼴로 엄청난 규모의 불이 난다. 그보다 작은 지표면 화재는 30년에 두 번꼴이다. 죽은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흙에 양분을 제공하려는 자연의 섭리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거대한 더글러스 퍼 나무는 산불에 타지 않도록 두꺼운 껍질을 진화시켰다. 화재로 건조해진 더글러스 퍼 나무의 열매는 산불이 끝나면 껍질을 열고 씨앗을 날려 보낸다. 수많은 씨앗 중 소수만이 살아남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