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선언서 낭독 33세 정재용 선생 105년전 모습 탑골공원서 되살려 증손자인 33세 연규씨가 이어 읽어 탑골공원 담 일부 허물고 서문 복원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 및 탑골공원 개선사업 선포식’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된 청년 독립운동가 정재용 선생(화면 왼쪽)과 그의 증손자 정연규 씨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우리는 지금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고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국민이라는 것을 선언하노라.”
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팔각정.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33세 독립운동가 정재용 선생의 모습이 스크린에 나타나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은 105년 전의 모습으로 정 선생이 독립선언서의 첫 문단을 읽자 현재 33세인 그의 증손자 정연규 씨도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고,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국민이라는 것을 선언하노라”라고 외쳤다.
이날 종로구와 광복회 등이 105주년 3·1절을 맞아 탑골공원에서 연 기념행사에서는 1919년 당시의 모습으로 구현된 AI 정 선생과 증손자 정 씨가 여섯 문단으로 압축된 독립선언문을 나눠 낭독했다. 낭독이 끝나자 시민들은 “만세”를 부르며 화답했다.
종로구는 탑골공원의 옛 서문(西門)을 복원할 계획이다. 옛 서문은 1967년 현대화 작업으로 주변에 상가 건물을 지으며 사라졌다. 상가는 문화재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에 따라 1983년 철거됐지만, 공원 경계에 담장이 지어지면서 서문은 지금의 자리에 새로 만들어졌다.
종로구는 담장 철거 후 옛 담장 터와 서문의 흔적을 찾는 등 발굴 조사에 돌입한다. 종로구 관계자는 “발굴 조사 결과에 따라 문화재청과의 지속적인 연구·심의를 통해 과거 서문의 위치를 찾을 것”이라며 “담장은 옛것을 복원할지 흔적만 남겨둘지 추후 논의한다”고 말했다.
구의 최종 목표는 탑골공원을 둘러싼 담장 전체를 허물어 공원 자체를 시민에게 전면 개방하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문화재 복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탑골공원이 지닌 3·1절 독립운동의 가치 등을 모두 담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탑골공원은 1897년 조성된 대한제국 최초의 근대공원이다.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으로 이곳에서 독립선언서가 낭독돼 3·1운동의 성지로 불린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