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덕에 전체 수출 4.8% 증가
한국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지난달 1년 5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역시 1년 전보다 60% 넘게 늘어나면서 전체 수출은 5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당분간 수출은 플러스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월 대중 무역수지는 2억4000만 달러(약 3209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대중 무역수지는 2022년 9월부터 매달 적자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무역 적자를 보기도 했다. 대중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건 반도체 수출 회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대중 반도체 수출은 26.7% 증가했다. 다만 중국 춘제(春節·음력 설) 영향으로 대중 수출액은 96억5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4% 감소했다.
전체 반도체 수출은 99억 달러였다. 전년보다 66.7% 늘어난 규모로, 2017년 10월(69.6%)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수출이 2배 넘게 늘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PC와 휴대전화 교체 수요도 증가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수출 66% 급증… AI 등 고성능 수요 늘어
2월 대중 무역 흑자 전환
대미수출 98억달러 ‘월간 최대’
수출 5개월 연속 증가세 이어가
대미수출 98억달러 ‘월간 최대’
수출 5개월 연속 증가세 이어가
글로벌 시장에서 정보기술(IT)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수출에 긍정적이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증가와 서버 교체 등으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1년 전보다 7.8% 감소했다. 자동차는 지난해 수출이 부진했던 반도체 대신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 돼 왔던 품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설 연휴 휴무와 일부 업체의 생산라인 정비 등으로 인한 일시적 감소”라고 설명했다. 전체 자동차 수출의 20%가 넘는 전기차 수출은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도 1.5%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을 제치고 20년 만에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된 미국에 대한 수출액은 98억 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9% 증가한 규모로, 1월(102억 달러)에 이어 2월에도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다시 썼다. 대일본과 대아세안 수출도 각각 1.0%, 1.4% 늘어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전년보다 4.8% 증가한 524억1000만 달러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째 플러스 행진이다. 조업일수로 따지면 일평균 수출액은 12.5% 증가하며 두 자릿수 증가 폭을 보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중국 경기 부진으로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많이 늘지 못하다가 지금 올라오고 있다”며 “변수가 없다면 수출은 올 하반기(7∼12월)까지 현 상황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