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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도탄에 빠진 北주민들, 자유 누리는 통일로”

입력 | 2024-03-02 01:40:00

3·1절 기념사서 北주민 인권 거론
“동족 개념 지우라”는 김정은에 대응
尹 “한일 아픈 과거 딛고 협력 파트너”



尹-이재명 올들어 첫 만남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공식 석상에서 대면한 건 올해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31일 국회 시정연설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윤 대통령 왼쪽 뒤)도 이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북한 정권의 폭정과 인권 유린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다. 우리의 통일 노력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등불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정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 등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에서 해방돼 한국인들과 같은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론을 내세운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 “통일, 동족 개념을 지우라”며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했지만 윤 대통령은 자유 통일론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선 ‘통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북한은 여전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가며 최악의 퇴보와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 정권은 오로지 핵과 미사일에 의존하며 2600만 북한 주민들을 도탄과 절망의 늪에 가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미독립선언의 뿌리에는 자유주의가 있었다”며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모든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로운 통일 대한민국은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런 역사적 헌법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의 억압에서 벗어나 인류 보편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자유 통일을 이뤄야 하고 이것이 3·1운동의 정신을 완성한다는 의미”라며 “윤 대통령이 이번에 화두를 던진 ‘자유 통일’이 8월 광복절 때 새 통일 방안으로 구체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지금 한일 양국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면서 “자유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 내년 수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보다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양국 관계로 한 단계 도약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尹 “3·1운동 정신, 자유 통일로 완성해야”… ‘통일’ 8차례 언급

30년 통일방안 바꿔 ‘자유’ 포함 방침
“무장 독립투사-외교운동 선각자
교육-문화 독립운동 실천가들
모든 가치 합당한 평가 받아야”

“대한독립 만세” 그날의 함성 들리는 듯 1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105주년 3·1절 기념행사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에서 시민들이 태극기를 든 채 행진하고 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3·1독립선언서 낭독과 만세삼창을 한 뒤 독립문 앞까지 이동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취임 후 두 번째 3·1절 기념사에서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로 나아가야 한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 즉 ‘자유 통일’을 새로운 화두로 제시했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의 억압 통치와 인권 유린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뒤 한국인들이 누리는 자유를 북한 주민들도 누릴 수 있도록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통일론을 내세운 것이다. 윤 대통령은 “3·1운동의 정신이 자유주의에 있는 만큼 자유 통일이 3·1운동의 완성”이라는 관점도 제시했다.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통일’은 이번엔 8차례 언급했다. ‘자유’는 17차례, ‘북한’은 9차례 나왔다.

윤 대통령은 무장, 외교, 교육·문화 독립운동을 차례차례 언급하며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어느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이 자랑스러운 역사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30년 된 통일 방안 바꿔 ‘자유’ 포함”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김정은 정권의 억압 통치로 인해 북한이 “최악의 퇴보와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 정권이 “2600만 북한 주민들을 도탄과 절망의 늪에 가두고 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 뿌리에는 자유주의가 있었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 가치 확장이 바로 통일”이라며 “우리의 통일 노력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 등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 “통일, 동족 개념을 지우라”라고 했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커지는 주민들의 불만과 한국에 대한 동경이 확산되지 못하도록 남북 관계를 단절시키려는 것.

윤 대통령은 이를 고려해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알리고 김 위원장과 달리 통일을 강조하는 전략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는 동시에 북한 주민은 분리해 자유 통일의 대상으로 보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통일 비전도 마련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994년 이후 30년간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으로 자리 잡은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에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주의적 철학 비전이 누락돼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월 광복절 경축사 때 윤 대통령이 직접 구체적인 새 통일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새 통일 미래 방안에 ‘자유’를 비중 있게 넣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尹 “어느 누구도 역사 독점할 수 없어”
윤 대통령은 “3·1운동을 기점으로 국내외에서 여러 형태의 독립운동이 펼쳐졌다”며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무장독립운동을 벌인 투사들이 계셨다. 국제 정치의 흐름을 꿰뚫어 보며 세계 각국에서 외교독립운동에 나선 선각자들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스스로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과 문화독립운동에 나선 실천가들도 계셨다”고 했다.

이어 “제국주의 패망 이후 우리의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모든 선구적 노력의 결과”라며 “독립운동가들의 피와 땀이 모여 조국의 독립을 이뤄내고 대한민국의 토대가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무장, 외교, 교육·문화독립운동 등 3가지 키워드로 나눈 뒤 이를 참모들에게 제시하면서 기념사에 포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교육·문화독립운동 등이 다른 독립운동에 비해 가려지는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많이 안타까워했다”며 “모든 독립운동이 국민에게서 존중받아야 함을 전달하자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의 한 수석비서관은 “인촌 김성수 선생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