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을에서 재배치… 민주화 이후 9번 총선에서 6번 민주당 후보 뽑은 보수 험지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왼쪽)과 국민의힘 박진 의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국민의힘 박진 의원이 2월 22일 서울 서대문을 선거에 등판해달라는 당의 권유를 수락하며 내놓은 출마 선언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4선 중진인 박진 의원에게 현역 지역구인 서울 강남을을 떠나 수도권 험지 중 한 곳인 서대문을에 출마해달라고 요청했다. 수도권에서 중진 의원 지역구를 재배치한 첫 사례다. 이 같은 국민의힘의 전략공천으로 서대문을에선 박진 의원과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맞붙게 됐다.
정두언 3선 빼면 진보 진영 강세
홍제천을 기점으로 서쪽 지역을 가리키는 서대문을은 진보 진영 지지세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른 9번(13~21대)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가 6번 당선했다. 한때 ‘친이계(친이명박계) 핵심 인사’였던 정두언 전 의원이 17~19대 의원을 지낸 것을 제외하면 모두 진보 진영에서 표를 가져간 것이다. 가장 최근인 2020년 21대 총선에선 ‘원조 동교동계’ 김상현 전 의원의 아들인 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20대에 이어 재선에 성공했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2022년 20대 대선과 같은 해 치른 서울시장 선거에선 민심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20대 대선 당시 민주당은 서대문을을 포함한 서대문구에서 신승을 거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48.3%)가 윤석열 대통령(47.5%)에 0.8%p 차로 승리한 것이다. 이후 진행된 서울시장 선거에선 서대문구 표심이 아예 보수 정당 쪽으로 돌아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대문구에서 55.8% 득표율을 올리며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42.0%)에 13.8%p 앞섰다.
“민주당 공천 내홍 영향받을 것”
민주당에선 김영호 의원이 서대문을 3선에 도전한다. 김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부터 꾸준히 서대문 지역구에 출사표를 내왔다. 20대 총선에선 3번째 리턴매치 끝에 정두언 전 의원을 꺾고 당선했다. 다만 이번 총선은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1대 총선에서는 정치 신인이던 송주범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승부를 겨뤘으나 이번엔 4선인 박진 의원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 ‘돈봉투 의혹’에 관해 출석 통보를 받는 등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전문가들은 서대문을 선거에 민주당 공천 파동 등 외부 변수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월 28일 전화 통화에서 “박진 의원은 이른바 ‘지역구 쇼핑’을 한 게 아니라 당 요청으로 옮겨간 것이기 때문에 서대문을 민심이 박진 의원에 부정적이진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선수가 높다는 게 김영호 의원을 누를 만한 메리트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최근 불거지고 있는 민주당 공천 내홍 같은 당 내부 상황이 서대문을 선거에 더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29호에 실렸습니다〉
이슬아 주간동아 기자 is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