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국회부의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채용비리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3 뉴스1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부의장(4선·서울 영등포갑)이 4일 국민의힘에 입당한다. 김 부의장은 3일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 여의도 정치를 바꿔 보자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공감해 입당 제안을 수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상민 의원(5선·대전 유성을)에 이어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두 번째로 당적을 바꿔 영입된 현역의원이 된다.
여야 대표는 김 부의장의 국민의힘행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직자 윤리 항목이 50점 만점인데 채용 비리 부분에 대해 소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50점을 감점하는 바람에 0점 처리가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김 부의장이 (공직 윤리) 0점이면 이 대표는 –200점쯤 되나”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김 부의장의 입당 후 지역구인 영등포갑에 우선(전략)공천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의장은 4일 민주당 몫 부의장 사퇴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 與 “시야 넓혀” 野 “도리 아냐”
김 부의장은 한 위원장과의 비공개 만찬회동 이틀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영등포갑을 전략지역으로 발표했고 공직윤리 평가 0점을 받은 부분을 언론에 알려 제가 돌아갈 다리를 당에서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채용 비리 언급에는 “채용비리와 관련해선 경찰 조사 받은 적도 없고 검찰에서 연락받은 적도 없다”며 “이미 끝난 일인데 이 대표가 많이 다급했나 보다”라고 반박했다. 김 부의장은 지난달 19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직자 윤리 항목을 ‘0점’ 처리하는 등 의정활동 하위 20%로 통보한 데 반발해 탈당 의사를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탈당한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식당에서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반면 민주당에선 “민주당 몫으로 국회부의장까지 했으면서 어떻게 당적까지 바꾸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공천에 불복해 정당을 저버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심지어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부의장과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내지 않았느냐”며 “철저하게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국회부의장은 국가의전서열 9위다.
● 김영주 영등포갑 전략공천할 듯
김 부의장의 행보에 여야의 손익계산도 바빠졌다. 17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 부의장이 19∼21대 총선에서 내리 3번 당선된 영등포갑은 서울 내 대표적인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험지’ 탈환을 엿볼 기회가 생겼고, 민주당은 강세 지역을 내어줄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영등포갑은 민주당이 참패했던 2022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선전했던 지역”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영등포갑 출마설에 “입당한다고만 밝혔지 구체적 이야기는 한 위원장과 나눈 적 없다”며 “출마하면 영등포갑 주민들이 판단하고 선택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