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해. 세이디. 회사에 나와. 우린 고통을 감내하며 일해. 그게 우리가 사는 방법이야.”
―개브리엘 제빈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중
김새섬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 대표
개브리엘 제빈의 소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1990년대 게임업계를 배경으로 스타트업 젊은이들의 사랑, 우정, 열정, 좌절을 따뜻한 시선으로 치밀하게 보여준다. 좋은 문학은 다양한 측면에서 읽힐 수 있고, 이 작품도 그렇다. 옛 게임 문화의 향수를 맛보는 이들도 있을 것 같고 여성, 이민자,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겠다. 예술과 창작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내 경우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일에 대한 주인공들의 태도였다.
나는 15년 정도의 직장생활을 그만둔 뒤 지금은 온라인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을 이끌고 있다. 모든 게 다 갖춰진 대기업에서 아주 작은 조직으로 옮기고 보니 직접 챙겨야 할 일이 많다. 영양실조로 길바닥에 쓰러진 이 책의 주인공만큼은 아니지만 창업 초반에는 나 역시 하루 16시간씩 일하곤 했다. 가끔은 궁금하다. 대체 왜 이렇게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걸까? 세상에 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일까? 자본주의 사회가 ‘운명을 선택했다’는 기분을 주며 사람들을 자기착취 경쟁으로 몰아넣는다는 주장에 서글프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일이 마냥 즐겁지는 않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도 그렇다. 어쩌면 그게 일의 속성인지도 모른다. 업무는 쌓이고, 성과는 보잘것없다.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 같은 달콤한 얘기를 듣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사실 나는 괜찮지 않고, 일은 다 잘돼 가지 않는다. 그래도 계속한다. 우린 고통을 감내하며 일해. 그게 우리가 사는 방법이야. 그래, 세이디. 같이 가 보자고.
김새섬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