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전임의, 환자진료 투입 임상연구 심의할 위원회 못 열어 제약사 “시험할 환자 모집도 못해” 매출-투자 감소, 소규모업체 직격탄
의료공백을 불러온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 사태가 길어지면서 바이오·제약 업계에서도 임상 연구가 중단되거나 매출이 하락하는 등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2, 3년간 ‘투자 혹한기’를 견디고 있는 바이오 기업들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임상을 진행 중인 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교수들이 임상 연구를 할 시간적 여건이 안 되다 보니 환자 모집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곳도 있다. 국내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여러 대학병원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데, 대부분 환자 모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 역시 “글로벌 임상의 경우 임상시험 중 연구책임자(교수)와 의논해야 할 일이 많은데 파업 이후 만나기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대형 제약사는 사정이 좀 낫지만 최근 2년간 ‘투자 혹한기’를 견디고 있는 작은 바이오 기업들은 큰 부담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1년 1조6770억 원에 달했던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캐피털 신규 투자 규모는 2023년 6월 기준 3665억 원으로 줄었다. 하반기(7∼12월)까지 비슷하게 유지될 경우 한 해 투자 규모는 약 7330억 원 정도 수준으로 2021년 대비 약 4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관련 협회 관계자는 “임상을 통해 얻은 데이터로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데이터가 안 나오니 투자를 못 받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현재 2주 차인 전공의들의 이탈 사태가 3주만 넘어가도 작은 바이오 기업 대표들은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매출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국내의 한 대형 진단 기업은 전국 주요 대학병원 기준 진단 건수가 전공의 이탈 전보다 80%가량 줄었다. 환자에게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의 최종 확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전임의와 교수들이 환자 진료에 투입되며 인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건강 검진 비수기인 1분기(1∼3월) 매출은 대학병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타격은 더 크다. 국내 진단 기업의 대표는 “대부분의 진단 기업들이 건강 검진이 많은 하반기(7∼12월) 매출은 검사전문기관(수탁기관), 상반기(1∼6월) 매출은 대학병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올해 매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