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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중의 철인’ 김건우 “팔굽혀펴기 하루 3개만 하세요”[이헌재의 인생홈런]

입력 | 2024-03-03 23:36:00

‘철인’ 김건우가 선수 시절 획득한 메달을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육상 10종 경기(Decathlon)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종목이다. 경기는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데 첫날엔 100m 달리기, 멀리뛰기, 포환던지기, 높이뛰기, 400m 달리기를 한다. 이어 둘째 날 110m 허들, 원반던지기,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 1500m 달리기를 한 뒤 각 종목 점수를 합친 총점으로 순위를 가린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한국에서 10종 경기를 가장 잘했던 선수는 김건우(44)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땄다. 한국기록도 4차례나 경신했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철인 중의 철인’으로 이 종목을 지배했던 김건우는 요즘 11번째 종목을 뛰고 있다. 방송에서 육상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서울 동작구에서 육상 전문 퍼스널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건우는 “선수 생활은 항상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가장 많이 배운 건 바로 인내였다”며 “어려울 때도 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헤쳐 나가고 있다”고 했다.

힘들게 운동하면서 그가 깨달은 단순한 진리는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선수 시절 식사 후 아이스크림 등 단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런데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미국 전지훈련 중 현지 코치로부터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안 먹는 게 좋겠다”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는 그날로 아이스크림을 끊기로 했다. 하루하루 달력에 체크를 했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대지 않은 날은 승리, 그렇지 않은 날은 패배로 표시했다. 한두 달 지나 승리 횟수가 점점 늘어났고, 결국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김건우는 일반인들에게도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소하고 작은 습관들이 모여야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매일 팔굽혀펴기 3개씩만 하라”고 주문한다. 30개가 아니라 3개다. 그는 “많은 사람이 처음 운동할 때 목표를 너무 높게 잡는다. 그걸 하루 이틀 거르다 보면 중도에 포기하곤 한다”며 “팔굽혀펴기 3개를 하되 하루도 거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습관이 되어야 한다. 이게 쌓이다 보면 자신의 몸에 맞게 개수를 10개, 20개로 늘리면 된다”고 했다.

달력에 승패 표를 만들면 더욱더 효과적이다. 팔굽혀펴기도 좋고, 계단 오르기도 좋고, 스쾃도 좋다. 목표를 이룬 날은 승리, 그렇지 않은 날은 패배로 표시한다. 그는 “한번 습관이 들면 아무리 피곤해도, 술을 마신 날에도 가볍게나마 운동을 한다. 반대로 잘못된 습관도 쉽게 든다. 많은 분이 야식을 먹는데 배가 정말 고파서라기보다는 습관적으로 먹는다”고 했다.

그는 요즘도 절제된 생활과 꾸준한 운동으로 자기관리를 한다. 운동은 기본적으로 상체와 하체, 복근, 배근 등 4가지로 나눠서 한다. 몸의 기초가 되는 큰 근육들이다. 굳이 피트니스센터에 가지 않아도 상체는 팔굽혀펴기, 하체는 스쾃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 복근은 윗몸일으키기와 레그 레이즈, 배근은 엎드린 상태로 상체를 일으키는 식으로 강화할 수 있다.

주말에는 동호인 야구와 축구를 즐긴다. 그는 “10종 경기를 할 때는 모든 걸 혼자 했다. 야구와 축구는 다 같이 하니 더 재미있다”며 웃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