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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죽었다고 15년형…보복 두려워”…피해자 가족의 호소 [e글e글]

입력 | 2024-03-04 09:58:00


가해자의 범행 모습.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영상 캡처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신고를 당하고 직장에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남성이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가족은 출소 이후 남성의 보복 범죄 가능성에 두려움을 호소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부산 멍키스패너 사건, 1년 전 오늘이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라왔다.

자신을 부산 멍키스패너 사건 피해자의 언니라고 소개한 A 씨는 “글을 작성하기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며 “그동안 하루하루 간신히 버텨왔는데 도저히 이 상태로는 참을 수가 없어서 목숨 걸고 용기 냈다. 오늘이 사건 발생한 지 꼬박 1년 된 날”이라고 전했다.

A 씨는 “전화를 받고 병원에 도착해 제가 동생을 마주하기도 전에 본 건 피가 잔뜩 묻은 사원증과 옷가지였다”며 “동생의 상태는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여러 자상으로 출혈이 너무 심했고, 동생은 헐떡이는 호흡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피해자를 맡은 의사는 A 씨와 가족들에게 “칼이 조금만 더 들어갔으면 심장을 찔러 사망했을 거다.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A 씨는 “채무 문제로 헤어짐을 요구받은 가해자는 스토킹 범행을 저지르고 경찰 수사를 받자마자 멍키스패너와 식도를 준비해 동생의 직장에 찾아가 동생의 머리를 가격하고 가슴을 수 회 찔러 동생을 살해하려 했다”며 “가해자의 범행은 너무 대범하고 잔인했다”고 덧붙였다.

A 씨에 따르면 피해자는 사건 발생 전부터 위협을 느껴 가해자의 부모와 경찰에 반복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해자 부모는 “우리 아들은 칼로 위협하고 죽일 애가 아니다. 아들이 기분 풀리게 OO이(피해자)가 먼저 연락하면 안 되겠나. 경찰에 신고는 하지 말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경찰 또한 “가해자 번호를 차단하라”는 식의 대응만 했다고 한다.

범행당시 병원으로 실려온 피해자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캡처


A 씨는 가해자가 범행 당시와는 다른 변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는 범행 당시 동생에게 웃으며 “내가 경찰이 무섭고 법이 무서웠으면 이렇게 행동하겠냐”, “나 오늘 큰마음 먹고 왔다. 너를 없앨까, 네 주변 사람을 없앨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피해자를 위협할 의도와 살인할 고의가 없었다. 흉기는 자해를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변명했다고 한다.

그는 가해자 가족이 재판부에 제출한 선처 탄원서 내용도 공개했다. 가해자 어머니는 탄원서를 통해 “지난 10월 모 축제 행사장에서 OO이(피해자)와 그 가족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었던 OO이(피해자)가 이렇게까지 하나 싶어 하늘이 무너지고 야속하기도 하다”고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이에 피해자인 동생을 비롯해 가족들은 해당 축제에 가지도 않았는데 가해자 측이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현재 가해자가 2심 판결에 상소해 대법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1심과 2심에서는 검사 구형 20년에, 최종 선고는 5년 감형돼 징역 15년이 나왔다. 전자발찌는 기각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판부는 가해자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다행히 미수에 그쳐 사망까지 이르지 않은 점, 가해자의 가족들이 가해자에 대한 계도를 다짐하며 선처를 구하고 있는 점을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며 “가해자의 공격은 자의가 아닌 타인에 의해 제압돼 중단됐는데 왜 감형해 주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직장 동료들 덕에 불행 중 다행으로 사망하지 않아 살인미수에 그쳤지만, 이는 살인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직장 동료가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나와주지 않았으면 동생은 사망했을 것”이라면서 동생과 가족이 가해자의 출소 이후 보복범죄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해당 사연을 들은 누리꾼들은 “사람이 죽기전까지 폭행을 당했는데 15년형이 말이 되나?”, “중간에 모범수로 나올 수 있다는 거 아닌가?”, “왜 피해자가 보복에 떨어야 하는 세상인지 모르겠다”, “출소하면 판사가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