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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없이 학교 수업만으로 국제 명문대 진학”

입력 | 2024-03-05 03:00:00

대구교육청이 처음 도입한 IB 교육… 24곳서 운영, 보급률 매년 늘어나
경북대 사대부고 올해 30명 배출… 캐나다 토론토대 등 주요대학 합격
서울-인천-전북-충남과 업무협약



지난달 22일 세종시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세종 호텔에서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가운데)과 함영기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 서거석 전북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김일수 충남도부교육감(왼쪽부터)이 국제바칼로레아 프로그램 도입 운영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학생이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수업 분위기 덕에 공부에 대한 흥미가 점점 커졌어요.”

“부족한 부분을 친구들과 선생님의 피드백을 통해 채워 나갔고 나 역시 친구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었어요.”

박하온 양(18)은 4일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에 참여한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박 양은 “IB 교육을 받으면서 처음에는 내 부족한 모습을 친구들과 비교하며 주눅이 들곤 했다”라며 “하지만 수업을 받으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채워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 경북대 사대부고를 졸업한 박 양은 캐나다 토론토대 입학을 앞두고 있다. 토론토대는 2024년 세계 대학 순위에서 21위로 평가된 국제적인 명문대다. 박 양은 이 대학교 3개 학부에 지원했고 모두 장학생으로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교육 도움 없이 오로지 학교 수업만으로 이뤄낸 성과라서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박 양은 경북대 사대부고가 IB의 고등학교 교육과정인 디플로마 프로그램(DP)을 도입한 2020년 입학을 앞두고 IB DP 과정 신청 여부를 신중히 고민했다. IB DP는 16∼19세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으로 IB DP 시험을 치러 점수를 받으면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5000여 개 대학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이전까지 사교육이라곤 피아노 학원을 다닌 것이 전부였던 박 양은 성적도 중위권으로 평범했기 때문에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

박 양은 “개념 기반 탐구로 수업을 진행하고 더구나 2과목을 영어로 이수해야 하는 IB 수업이 부담이 됐다”며 “하지만 학생이 주도하는 학습 방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끌렸다. 소극적인 나 자신을 이겨내고 대입에서 반전을 이뤄내 보겠다는 각오로 IB 과정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사의 지도를 충실히 따른 박 양은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2학년 때부터 성적에 두각을 나타낸 박 양은 결국 국제 명문대 입학이라는 반전을 일궈냈다.

경북대 사대부고에서는 박 양과 함께 올해 IB 과정 이수 졸업생 30명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8명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한국에너지공과대학 등 연구중심 대학에 입학했다. 나머지 학생 상당수도 연세대와 고려대 등 국내외 주요 대학에 모두 합격했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육 혁신 해법으로 2019년 국내 공교육계에서는 처음으로 IB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현재 대구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24곳의 IB 월드 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5곳 안팎의 학교가 IB 월드 학교 지위를 얻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2026년까지 IB 교육 보급률을 지역 전체 학교의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구시교육청의 IB 관련 성과는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2일 세종시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세종 호텔에서 서울과 인천, 전북, 충남 등 4개 시도교육청과 IB 프로그램 도입 운영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앞으로 4개 시도교육청과 IB 프로그램 운영 정책 및 교육 연수 등을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IB 도입 및 운영 시도교육청 협의체 대표직을 맡은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대구가 도입한 IB 프로그램의 우수성과 교육적 성과에 대한 교육계의 관심이 지대하다. 업무협약을 맺은 시도교육청의 IB 도입과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가 1968년 개발했다. 핵심 개념 이해와 탐구학습 활동을 통한 자기주도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으로 초중고교와 직업교육 과정으로 나뉘어 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