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
빅테크 중심의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후속 투자 대상 찾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소외됐던 분야에서도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 찾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빅테크 관련 테마주 가운데 아직 덜 오른 분야의 종목 투자가 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사이버보안이나 클라우드 분야의 종목 가운데 옥석 가리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
최근 미 증시 상승세는 애플·알파벳(구글 모회사)·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등 일명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M7)’이라 불리는 대형 기술주 7인방이 견인해왔다. 투자자들은 M7 강세장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주도주 수급이 언제쯤 소외주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강세장을 돌이켜보면 주도주의 투자 열기가 소외주로 이어진 경우가 흔치 않다. 특히 주도주와 소외주의 투자 수익률 격차가 월등하게 날수록 주도주 쏠림 현상은 더 커졌다. 이 같은 투자 쏠림 현상이 완화되는 경우는 경기 침체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강세장이 약세장으로 전환될 때나, 기존 주도주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분야가 부각될 때 정도다. 최근 글로벌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서 과거 1990년대 닷컴버블 시기가 좋은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닷컴버블의 시작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었다. 이후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한국의 외환위기 등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증시를 주도했다. 이들의 주가는 강세장 내내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거품이 정점에 달했을 때 주도주 관련 테마 종목들의 주가 상승률이 대부분 비슷했다는 것이다. 개별 종목뿐만 아니라 업종 지수별로도 시장의 고점에서 수익률이 일치했다.
2016년 이후 반도체와 인터넷, 정보기술(IT)의 수익률이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강세장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 말 무렵 이들 분야의 누적 수익률은 비슷했다.
현재 M7 가운데서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업체인 엔비디아가 장세를 이끌고 있지만 단일 종목, 개별 업종으로 장기간의 빅 사이클을 견인하기 어렵다. AI 반도체만으로는 장기 랠리를 이끌어가기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이번 빅테크 랠리의 생명력이 길어지려면 광범위한 소비자들까지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도 같이 발전해야 한다. 과거 강세장에서 주도주 관련 테마 내에서 수급이 돌았던 것을 고려하면 상승세를 이어받을 분야를 적극적으로 탐색할 시간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종목들은 사이버보안이나 클라우드 등이다. 실제 작년 상반기(1∼6월)까진 초대형주만 주목받았지만 하반기(7∼12월)부터는 범AI 테마에 속한 사이버보안이나 클라우드 등에 대한 투자도 시장 수익률을 웃돌기 시작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