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남위례역 근처에서 바라본 트램 공사 현장. 2024.03.04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후보자들이 트램(노면전차) 조성 사업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경기 수원과 화성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은 ‘동탄 트램’을 조기 개통하겠다는 공약을 공통적으로 내걸었다. 서울 송파와 인천 송도, 경북 포항, 전남 순천 등 전국의 최소 16개 지역구에서 트램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도로 위 궤도를 주행하는 트램은 일반 전철에 비해 공사비가 적게 들고, 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적 대중교통 수단이란 평가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로 구조상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트램은 최소 1, 2개 차선을 차지하기 때문에 도심 교통체증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기존 시설물을 옮기고 교통 체계를 개편하는 비용도 상당하다. 트램 옆으로 차량과 보행자가 다니게 돼 안전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자칫 사업비만 늘어나고 추후 얻게 될 경제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어 엄밀한 검증이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추진 사례를 봐도 부산 오륙도선이나 대전 트램 등은 사업비가 당초 예상보다 2배 가까이 뛰어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정부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는 각 지자체에서 제안한 29건의 트램 사업이 포함돼 있다. 이 중 착공된 사례는 서울 위례선 1곳뿐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사업성이 떨어져 중단되거나 타당성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총선 트램 공약 중 절반가량은 이 구축계획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업들이다.
지난달 법원은 이정문 전 용인시장이 용인경전철을 무리하게 추진해 시 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214억 원의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설익은 공약을 추진한 지자체장은 퇴임 후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였다. 트램은 경전철보다는 사업 규모가 작지만 수천억 원까지 드는 사업이다. 총선 후보자들이 무책임하게 공약을 남발하고, 이게 실제 추진돼 지역 유권자들을 빚더미에 빠뜨릴 경우 이 전 시장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