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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진 中서열 2위, 양회 총리회견 30여년만에 폐지

입력 | 2024-03-05 03:00:00

시진핑 1인체제 강화 영향인듯
전국인대-정협 어제부터 열려
올해 성장률 목표치 발표 주목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4일 개막한 가운데 폐막의 상징적 행사였던 중국 국무원(행정부)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이 올해부터 폐지된다. 지난 30년 넘게 이어온 관례가 깨진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지도 체제’가 강화된 뒤 서열 2위인 리창(李强·사진) 총리의 역할이 줄어든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러우친젠(婁勤儉) 대변인은 4일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전국인대 폐막 이후 총리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몇 년 동안 개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 기자회견은 양회 가운데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였다. 1991년 당시 리펑(李鵬) 총리 재임 시절 처음 이뤄진 뒤 30여 년 동안 관례로 이어졌다. 서열 2위이자 중국 국무원의 수장인 총리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한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실제 시 주석의 마지막 경쟁자로 지난해 갑자기 사망한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는 재임 시절 기자회견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2020년 양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약 18만 원)에 불과하다”고 말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시 주석의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리 총리의 역할 축소 분위기는 이번 양회 전부터 감지됐다. 매년 국무원 홈페이지에 열던 온라인 게시판 ‘총리에게 할 말 있습니다’는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 건의합니다’로 바뀌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창 총리가 취임 첫해인 지난해 해외 고위 인사나 경제계 관계자와 140회 만났는데, 리커창 전 총리의 취임 첫해 활동(219회)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양회는 4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일까지 열린다. 리 총리는 5일 전국인대 개막식에서 첫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러우 대변인은 “중국의 발전에 불리한 요인보다 유리한 조건이 더 많고, 경제가 장기적으로 더 나아지는 기본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