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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룰 왜 바꾸나” 비판에… 與, 강남-영남 국민추천제 규모 줄여

입력 | 2024-03-05 03:00:00

“현역 불패” 지적 나오자 도입 검토
“한동훈 사람 심기” 등 비판 나와
당초 5, 6곳서 2, 3곳으로 축소
韓 비서실장, 지역구 경선 가닥




국민의힘이 진통 끝에 여당 텃밭인 서울 강남과 영남 지역 2, 3곳에 대해 기존 현역 의원이나 공천 신청자 대신에 새 인물을 공천하는 국민추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민추천체 검토 의사를 밝힌 지 일주일 만이다. 당초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 불패” 비판이 나오자 공천을 보류한 강남과 영남 지역구 5, 6곳에 국민추천제를 적용하려 했으나 규모를 줄였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없다. 우리가 너무 크게 벌였다가는 (여당 텃밭인데) 쓸데없이 힘을 뺄 수 있다”며 “가능한 한 단출하게 확정해 약간 절충형이 됐다”고 설명했다.

4일 현재 공천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서울 강남 지역의 강남갑·을·병, 서초을 4곳과 영남의 대구 동-군위갑, 북갑, 달서갑, 경북 구미을, 울산 남갑, 부산 서-동 6곳 등 10곳 가운데 최대 2, 3곳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국민추천제 도입을 밝힌 뒤 대상 지역구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새 인물 추천을 내세운 한동훈 사람 심기 아니냐” “공천 신청 뒤 룰을 바꾸는 건 부적절하다. 공관위의 전략공천 책임 회피용 아니냐”란 비판이 나왔다.

● “비판 잇따르자 국민추천제 규모 줄여”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충남 천안에서 백석대 학생들과 만나 “(청년 정치 참여를 위한) 정치적인 보정이 필요하다”며 “강남 지역 등에서 국민 공천으로 제한 없는 공모를 받고 그중에서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도 공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영남권 중 아주 중요한 데는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추천제는 국민 공모로 후보를 추천받은 뒤 공관위가 비공개 심사를 해 전략공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공관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공관위가 전략공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니 문제없다”고 말했다.

국민추천제는 지난달 1차 경선 발표에서 충청권 현역 6명이 모두 경선에서 승리한 뒤 ‘현역 불패’ 비판이 나오자 거론됐다. 공관위가 국민추천제 규모를 줄여서라도 진행하기로 한 것은 시스템 공천으로 텃밭 물갈이가 어렵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국민추천제가 거론되는 10곳 중 서울 강남갑, 강남을을 제외한 8곳에서 현역 지역구 의원이 재출마했다.

국민추천제에 대해 한 대상 지역구 의원은 “경기 시작 전에 정한 룰대로 해야지, 경기 중에 룰을 바꾸는 것은 꼼수 컷오프이자 ‘쇼’이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지역구 현역 의원도 “국민 추천 받아 공관위가 비공개로 심사하면 ‘결국 자기 사람을 심는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주 회의에서 “국민추천제를 다시 원점부터 검토해 보자. 주말 동안 생각해 보자”고 했다. 한 공관위원은 통화에서 “우리는 순수한 의도로 국민 호응 등 여러 가지가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비판이 많더라”라며 “부정적인 효과가 난다면 꼭 해야 하느냐는 물음표가 있었다”고 했다.

● “韓 비서실장 김형동 경선”
공관위는 한 위원장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형동 의원(초선)의 지역구인 경북 안동-예천은 경선을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김 의원과 황정근 전 윤리위원장 등 총 8명이 공천을 신청한 지역구다. 친한(친한동훈) 인사로서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에 부쳐진 것.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민추천제여당 텃밭인 서울 강남과 영남 지역구에 기존 현역 의원이나 공천 신청자 대신에 국민 추천을 받아 새로운 인물을 투입한다는 목적으로 국민의힘이 도입하겠다고 밝힌 공천 제도.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