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복귀 전공의 1000여명 그쳐 尹 “지방 의대에 확실한 증원 혜택”
4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기 위해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에 이어 이달 초부터 근무를 시작하기로 했던 전임의(펠로) 및 인턴 예정자까지 대거 임용을 포기하면서 대형병원에선 “이제 임계점에 이른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후 복귀 시한까지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예고한 대로 4일 면허정지 및 고발 절차에 착수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에 따른 처분을 망설임 없이 이행할 것”이라며 “미복귀한 전공의는 개인의 진로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련병원 221곳에 대해 순차적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한 후 미복귀 사실을 확인하는 즉시 면허정지 사전통보를 할 방침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4일 먼저 주요 수련병원 50곳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한 후 5일 사전통보할 것”이라며 “면허정지 처분은 불가역적”이라고 했다. 다만 지금이라도 복귀한 경우에는 “정상을 참작하겠다”(조 장관)고 했다.
한편 연휴 기간이었던 3일까지 복귀한 전공의는 이탈한 전공의 8945명(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준)의 10%가량인 1000여 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4일부터 임용될 예정이었던 인턴 대부분과 전임의(펠로) 상당수도 임용을 거부하고 병원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아일보 취재 결과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전임의(1126명) 절반가량이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는 수술을 절반으로 줄였는데 이번 주부터는 그 이하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빅5 전임의도 절반 이탈 병원… “교수들도 버티기 이젠 한계”
[의료공백 혼란]
인턴예정자도 대부분 임용포기… 정부, 미복귀 전공의 현장조사 진행
“면허 정지땐 전문의 취득 1년 지연”
경찰, 의협 전현 간부 6, 7일 조사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집단으로 병원을 이탈한 가운데 이달 초부터 근무를 시작하기로 했던 전임의(펠로) 및 인턴 예정자까지 대거 임용을 포기하면서 ‘의료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턴예정자도 대부분 임용포기… 정부, 미복귀 전공의 현장조사 진행
“면허 정지땐 전문의 취득 1년 지연”
경찰, 의협 전현 간부 6, 7일 조사
● ‘빅5’ 전임의 절반 이탈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삼성서울, 서울대, 서울성모, 서울아산, 세브란스병원)에서 4일부터 근무할 예정이었던 전임의 1126명 중 이날 정상 근무한 인원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전임의는 전공의가 전문 자격을 취득한 후 근무하는 의사로 빅5 전체 의사의 16%가량을 차지한다. 숙련도가 높아 빅5 의사의 39%를 차지하는 전공의 대부분이 병원을 떠난 후 교수와 일선을 지탱해 왔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레지던트를 마치고 같은 병원에서 전임의로 근무하려던 의사들이 후배 전공의와 재학생 뒤를 따라 이탈한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전임의) 재계약률이 저조한 건 사실”이라며 “거의 한 명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기관도 있어 전임의들이 계약하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연세대 “정원 150명인데 3명만 계약”
의대 졸업 후 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할 예정이었던 인턴 예정자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세브란스병원 인턴 정원이 150명인데 이달 1일부로 계약서를 작성한 건 3명뿐”이라고 했다. 다른 빅5 병원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부산대병원에선 56명, 충남대병원에선 60명의 인턴 예정자가 이날 병원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충남대병원 신규 인턴 60명, 건양대병원 30명, 을지대병원 27명, 대전성모병원 25명도 모두 임용을 포기했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와 인턴 이탈까지 이어지면서 빅5 병원들은 현재 절반가량 진행 중인 수술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중환자 진료마저 거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정부 “의사 면허정지 땐 전문의 취득 1년 늦어져”
현재까지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1000명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근무지 이탈자(8945명)의 10% 남짓이다. 정부는 4∼6일 수련병원 221곳을 점검해 최종적으로 미복귀자를 파악한 후 면허정지 및 고발에 착수할 방침이다. 박 차관은 “3개월 이상 (의사) 면허정지를 받으면 전공의 수련 기간을 충족하지 못해 전문의 자격 취득이 1년 이상 늦춰지고, 향후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회장 등 5명을 6, 7일 불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로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3일 해외에서 귀국한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의 휴대전화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3일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일부 의사들이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집회 참석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영업사원 동원이) 사실이라면 의협이 먼저 나서 회원을 징계하고 당사자에게 사과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