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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가 10억원…중학생이 100만원 예상해 들고나온 의뢰품 정체

입력 | 2024-03-05 15:26:00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고미술 감정 프로그램에 들고나온 의뢰품이 추정 감정가 10억 원을 판정받았다. 이 프로그램 역대 감정가 5위다.

지난 3일 방송된 KBS1 ‘TV쇼 진품명품’에는 올해 중학교 3학년이라는 의뢰인이 출연해 “할아버지께서 오래전부터 소장했던 것”이라며 경전을 소개했다.

제목에는 ‘대방광불화엄경제22’라고 적혀 있고, 표지와 본문 글씨 그림이 모두 금색으로 작성돼 있었다.

서예 고서 전문가인 김영복 감정위원은 “줄여서 화엄경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화엄종의 근본이 되는 불교 경전”이라며 “전부 금이 맞고 붓으로 그렸다. 금은 일반 먹과 달라서 금박 가루를 아교풀에 갠 것으로, 금니(金泥)라고 부른다. 아주 정성 들여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뢰품의 제작 시기는 14세기로 추정했다. 김 위원은 “1300년대 초, 고려말에 만든 것으로 표지에 그 시기의 특징이 담겨있는데, 이런 게 국내에 이것 하나뿐이다. 국내 유일본이다”라고 설명했다.


추정 감정가로 100만 원을 예상한 의뢰 학생은 “할아버지가 귀하다고 하셔서 저도 제가 아는 가장 큰 금액을 적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 의뢰품의 추정 감정가는 10억 원으로 ‘진품명품’ 역대 감정가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김 위원은 “표지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 10% 정도 가치가 하락했다”며 “발원문이 있었다면 가치는 현재의 2배 정도로 높게 평가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뢰품에는 발원문이 빠져있었다.

그러면서 “보통 고서가 아니다. 고려 국가 차원에서 만든 것이다. 그 당시에 불력으로 나라를 구원하자는 뜻으로 이런 사경을 만들었다”며 “미술사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정말 좋은 작품을 봤다. 저도 오늘 처음 봤다”고 감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