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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스키리조트 직원들, 3m 폭설에 눈터널 뚫어 출근

입력 | 2024-03-05 15:26:00

빌딩 3층까지 눈속에 파묻혀 1층까지 파고들어가야 진입
일부 고속도로 폐쇄에도 폭설 즐기려는 스키어들 장사진





캘리포니아 북부 산악지대에 무려 3 m의 폭설이 쏟아지면서 이 곳 트러키 일대에 있는 수퍼볼 스키 리조트의 마케팅 팀 직원들은 눈 밑으로 바닥까지 깊이 파고 들어가 사무실 빌딩 정문까지 다시 터널을 파고 진입하는 등 극한의 출근전쟁을 겪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건물 현관을 간신히 통과한 이들은 사무실 빌딩의 3층까지 걸어 올라가 바깥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보았다. 하지만 그 곳 역시 바닥에서 천정까지 유리창 전체가 눈벽으로 가득차 있어 바깥이 보이지 않았다고 마케팅팀 직원 존 슬로터가 AP기자에게 말했다.

이들은 “문을 열려고 해도 한참씩 눈 속을 파야만 했다”고 X( 전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슬로터는 “지난 1일 부터 계속해서 눈을 파들어 가거나 쪼아내는 작업을 해야 했다. 건물 안에 들어오려면 바깥에서 맨 바닥의 1층 깊이까지 파들어 간뒤 옆으로 터널을 뚫어 진입해야 한다. 정말 고단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스키장은 네바다주 리노 서쪽 74 km 의 높은 산봉우리들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 곳에는 2월 29일부터 사상 최대의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폭풍설은 4일이 되어서야 시에라 네바다를 통과해 서서히 물러가기 시작했다고 새크라멘토 국립기상청은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 주말 부터 심한 폭설로 80번 고속도로를 비롯한 모든 산악도로와 스키장들이 폐쇄되었다. 맘모스산 스키장에서 슈가볼 스키장까지 무려 480km에 이르는 광활한 산악지대에 폭설과 산사태 경보가 내려졌다.

폭설로 곳곳에서 전기가 끊기면서 수 만가구가 정전사태를 겪었고 역대급 강풍이 산악지대를 강타했다.

4일 오전부터 80번 고속도로의 타호 호수에서 도너산 정상, 네바다 주 경계지역까지는 대형 트럭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통행이 재개되었다. 하지만 스노 타이어와 체인을 장착하지 않으면 진입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는 밝혔다.

해마다 눈길로 위험을 겪고 있는 이 곳의 한 산악도로는 악명 높은 ‘도너 파티’란 별명이 붙어 있다. 이는 1846년에서 1847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이곳에서 폭설로 발이 묶인 개척자들이 나중에는 결국 인육을 먹으며 버틴 사건에서 유래되었다.

슈가 볼도 타호 호수 북부의 대형 스키 리조트 가운데 한 곳이지만 안전 검사가 끝나야 스키 리프트의 운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곳에선 폭설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적설량의 눈 위에서 스키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주말부터 몰려들어 이미 장사진을 치며 대기하고 있다. 수퍼볼 스키장의 경우 아침 8시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오후 2시에야 입장할 정도였다.

이번 폭설은 만성적인 가뭄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의 물부족 사태를 해결하는데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월1일 평균기준으로 산정의 눈 적설량이 제공할 물 공급이 94% 수준인데 4일 이 곳에서는 이미 104%의 비축량이 쌓여있다고 캘리포니아 수자원국은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폭설은 5일 밤까지도 계속되며 앞으로도 전보다는 약하지만 계속해서 강풍을 동반한 폭설이 더 내릴 것이라고 국립기상청은 예보했다.


[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