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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바위솔 같은 자생식물 살려 지역 소멸 막겠다”

입력 | 2024-03-06 03:00:00

취임 50일 임영석 국립수목원장
“지역식물로 지역 브랜드 만들자… 국가-지자체 식물거버넌스 필요”
‘식물 통일’ 대비 DMZ 식생 연구… 미래 우주선 내부 정원 환경 모색



취임 50일을 맞은 임영석 신임 국립수목원장이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 난대온실을 찾았다. 임 원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 자생식물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립수목원 제공


“진주바위솔, 정선국화, 울릉제비꽃은 원산지 명칭을 이름에 담은 아름다운 우리나라 자생식물입니다. 지역의 명칭을 딴 한반도 특산식물이 전국 45개 지방자치단체에 57종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심각하게 훼손돼 사라지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자생식물 증식 기술을 갖춘 국립수목원이 이 식물들을 잘 보존해 지역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소멸을 막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취임 50일을 맞은 임영석 국립수목원장(47)을 만났다. 국립수목원은 연간 40만 명이 방문하는 국민의 녹색 쉼터이자 다양한 산림생물종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우리 자생식물에서 미래를 찾는 그는 ‘미스김라일락’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야생화인 북한산 백운대의 털개회나무가 1948년 미국으로 넘어가 미스김라일락으로 개량돼 세계적 관상수가 되었습니다. 자생지가 한국인데 지금은 우리가 역으로 수입해 로열티를 내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그는 “지역 자생식물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지역 소멸을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국립수목원이 각 지역의 자생식물을 증식하고, 지자체들은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생산하면 자생식물로 지역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지역 브랜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울릉제비꽃을 보기 위해 울릉도 여행을 떠나면 그것이 곧 ‘가든 투어리즘’이다. 지역 자생식물은 정원의 식물 소재나 반려식물로 활용할 수 있고 추출물이 항노화 기능 등을 갖기도 해 산업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식물을 통해 국가와 지자체가 상호 협력하는 ‘식물 거버넌스’를 구축하겠습니다. 벌써 몇몇 지자체장이 관심을 보입니다. 순천만국가정원처럼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 대사관과 유엔식량농업기구 등 해외 근무 경험이 풍부한 임 원장은 식물 통일에 대한 열망이 각별하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신비로운 장소가 비무장지대(DMZ)입니다. 세계적 생태연구 보고(寶庫)죠. 국립수목원은 2016년 강원 양구군에 국립DMZ자생식물원을 열고 북방계와 북한의 식물까지 두루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남과 북이 같은 식물을 두고 다른 이름을 부르지만 지금 연구해두면 통일이 됐을 때 식물을 통해 우리 민족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2000년대 중반 산림 치유 개념을 국내 행정에 도입하고 지난해 산림청에 정원 조직을 신설하는 실무를 맡았던 그는 정원 치유에 주목하고 있다.

“정원은 청소년 등 현대인의 마음의 병을 위로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다양한 전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겠습니다.”

올해 5월 우주항공청 발족을 앞두고 기존의 우주 농업과는 차별되는 식물 연구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우주의 극한 환경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우주 식물, 우주선 안에 반려식물이 공존하는 정원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느티나무로 만든 손목시계를 차고 다닌다. “나무는 자꾸 봐야 정이 들기 때문”이란다. 올해 식목일 무렵에는 ‘어린 왕자 프로젝트’도 펼칠 예정이다. 국립수목원에서 마음에 드는 나무를 골라 ‘내 나무’로 삼는 캠페인이다. 우선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작한다.

“어린 왕자가 장미꽃과 관계를 맺듯 내 나무를 정해 이름을 지어 불러주고 돌보는 것입니다. 잘생긴 나무를 좋아할 수도 있지만 연약한 나무에 마음이 향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에는 72억 그루의 나무가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삶 속에서 ‘내 나무’를 가졌으면 합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