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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에… 분유도 기저귀도 노인용으로 ‘공장 체인지’

입력 | 2024-03-06 03:00:00

분유업계 성인용 단백질 생산 확대
급식업계 학교대신 노인시설 겨냥
성인용 기저귀 시장도 급성장
아이용 생산라인 대체 빨라져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가속되며 식품업계를 비롯해 아동 주력 상품 비중을 줄이고 시니어 제품을 늘리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은 원유업계는 분유 대신 성장세가 큰 성인용 단백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산업 전환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은 0.6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매일유업은 분유를 생산해 온 충남 아산 공장의 라인을 성인용 단백질 브랜드인 ‘셀렉스’ 제품 생산 라인으로 변경한 뒤 다양한 셀렉스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2021년에는 건강기능 식품사업부를 매일헬스뉴트리션으로 분사시켜 셀렉스 제품을 포함해 성인용 분유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칼슘이 부족해서 골다공증 위험이 있는 성인을 겨냥해 만들었다.

이달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의 제조·판매 및 수출입업’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해 환자식과 고령 친화식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성인용 제품 수요가 (분유를) 앞설 것으로 보고 공장 계획도 바꾸는 등 성인용 제품 생산을 위한 사업 전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도 자체 단백질 음료인 ‘테이크핏’ 시리즈 확장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자사 공장 5곳 중 2곳에 건기식 생산을 위한 GMP(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 인증을 받고 ‘테이크핏 케어’ 등 시니어를 위한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단체급식 업계는 줄어드는 학교 급식 대신 늘어나는 노인 복지시설을 겨냥한 맞춤 급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치아가 약한 시니어를 위해 경도를 낮춘 연화식 제품 수를 1년 사이 8개에서 16개로 두 배가량 늘렸다. 지난해 12월에는 시니어 시설 3곳과 단체급식 운영 계약도 체결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향후 보험사와 헬스케어 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과 제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아 제품으로 여겨졌던 기저귀 시장도 성인용 기저귀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2022년 국내 기저귀 생산·수입량에서 성인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린이용의 1.8배나 됐다.

유한킴벌리는 자사 성인용 기저귀 브랜드인 디펜드의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2012년과 2019년에 걸쳐 요실금 제품에 대한 투자를 늘려 요실금 전용, 성인 남성 전용 등 관련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매년 20% 넘게 성장하는 등 성인용 기저귀 시장의 성장세가 좋아 향후에도 라인업 고도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니어 제품 확산에 대해 “단순히 어린아이가 줄고 성인이 느는 것 외에도 수명이 늘어나면서 시니어 수요가 확대되는 측면도 있다”며 “경제력 있는 시니어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상품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