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에 전년비 2.6% 늘어 저성장에 4만달러 달성 늦춰질듯 연간 실질GDP 성장률은 1.4%
20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했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반등하면서 다시 대만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저조한 경제성장률과 불안정한 환율 등으로 정부의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 달성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4분기(10∼12월)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3745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4405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3.7% 늘었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총 인구로 나눈 수치로,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을 파악하는 대표적 지표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017년(3만1734달러) 3만 달러, 이후 4년 만인 2021년(3만5523달러) 3만5000달러를 처음 넘어섰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2년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2.9% 뛰고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8.1% 줄면서 1인당 GNI도 7.4% 떨어진 3만2886달러로 고꾸라졌다. 그해 한국의 1인당 GNI는 20년 만에 대만(3만3565달러)에 따라잡혔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6% 증가해 앞서 1월 발표한 속보치와 같았다. 다만 건설투자(―0.3%포인트) 기여도는 하향 조정되고 수출(0.9%포인트)과 수입(0.4%포인트), 설비투자(0.3%포인트) 등은 상향 수정됐다. 연간 실질 GDP 성장률도 속보치와 동일한 1.4%로 집계됐다. 민간(0.9%포인트)과 정부(0.4%포인트)의 GDP 기여도는 각각 1.2%포인트, 0.1%포인트 하락했다.
정부의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 달성 시점에 대해서는 지난해 한은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해 3월 “향후 2∼3년 실질 GDP가 2% 안팎으로 성장하고 물가 상승은 2% 내외로 지속되며 환율은 과거 10년 평균인 1145원 수준을 유지한다면 1인당 GNI는 머지않아 4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률(1.4%)은 예상치를 밑돌았고, 환율 역시 1300원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