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탄소 규제에 의기투합 페트 등 재생원료 비중 45% 제품 전기차용 ‘아이온’ 국내 첫 상용화 유럽 메이저 완성차에 납품 계약
국내 석유화학 원료, 소재, 타이어의 대표 기업이 뭉쳐 글로벌 친환경 타이어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학적 재활용 상업시설을 갖춘 SK케미칼과 글로벌 1위 타이어코드(소재) 기업 효성첨단소재, 국내 점유율 1위 타이어 기업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삼각편대다. 갈수록 확대되는 전 세계 탄소감축 규제 속에서 고성장이 기대되는 친환경 타이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서로 다른 업종 3개 기업이 힘을 합친 것이다.
아이온은 세 회사가 2년 넘게 협력한 끝에 만들어진 결실이다. 한국타이어가 먼저 유럽 완성차 고객사의 친환경 타이어 수요를 포착하고 국내 핵심 화학 및 소재 기업들에 협력을 타진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가능한 소재를 기반으로 한 타이어 수요는 커지고 있었고 한국이 여기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 힘을 합치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타이어의 적극적인 주문에 SK케미칼은 순환재활용 페트인 ‘스카이펫 CR’을 공급하고 효성첨단소재는 이를 원료로 고강도 타이어코드를 개발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형태를 잡아주고 내구성을 보강하는 섬유 재질의 핵심 소재다. 특히 전기차는 400kg이 넘는 배터리를 싣고 다니기 때문에 무게를 버티기 위해 가볍고 내구성이 우수한 타이어코드가 각광받고 있다.
3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친환경 타이어 콘셉트나 시제품 용도가 아닌 완제품으로서 상용화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라고 강조했다. 분쇄, 세척 등 물리적 방식으로 처리되는 ‘기계적 재활용’과 달리 ‘화학적 재활용’은 분자를 분해하는 고난도 화학 기술이 요구된다. 그만큼 더 맑고 고품질인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경쟁사들이 앞서 친환경 타이어 시장에 진출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 콘티넨탈은 지속가능 원재료가 65% 담긴 울트라콘텍트 NXT 타이어를 출시해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 양산에 들어갔다. 미쉐린도 2022년 친환경 소재 45%를 함유한 타이어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내년부터 이를 자체 표준 타이어로 활용할 예정이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기존 타이어 성능에 준하는 정도로 친환경 타이어를 구현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반 타이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친환경 타이어 시장은 앞으로 10년 뒤 지금보다 2배 이상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친환경 타이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336억8000만 달러(약 45조 원)에서 2033년 857억9000만 달러로 연평균 9.8%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