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서방 군대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거론해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은 가운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사진)가 전쟁 기밀을 누설해 또 다른 파문을 불러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3년째로 접어들며 서방의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 온 유럽 쌍두마차 간 균열을 보여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지난달 29일 독일 동부 드레스덴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크라이나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왜 자체 개발한 장거리공대지유도탄 ‘타우루스’를 지원할 수 없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숄츠 총리는 이 과정에서 타우루스의 목표물이 잘못 설정될 경우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도 도달해 민간인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며 “영국과 프랑스가 표적 조절을 위해 하는 일을 독일은 할 수 없다. 타우루스 체계를 다뤄 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고 했다.
이 발언은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의 운용을 위해 자국군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직접 배치했다고 해석될 여지를 준다. 영국과 프랑스는 그간 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해 “해당 미사일은 지원했지만 운용은 우크라이나군이 한다”며 직접 개입을 부인했다.
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한 시점에 서방의 균열상이 노출됐다며 전쟁의 장기화, 미국의 지원 감소 등에 막혀 우크라이나군이 밀리는 사이 서방의 단일대오 또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1일 독일이 타우루스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러시아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독일군 고위 간부의 녹취가 러시아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러시아는 4일 알렉산더 람스도르프 주러 독일대사를 초치하며 연일 독일을 몰아붙이고 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