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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협박’ 전직 여배우, 불법 유심칩 쓰며 해킹범 행세

입력 | 2024-03-06 03:00:00

“마약 폭로” 5000만원 받아내
女종업원, 李 압박해 3억 가로채



배우 故이선균 씨를 협박해 5000만 원을 뜯어낸 배우 출신 20대 여성 A 씨가 2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아이를 안고 출석하고 있다. 2023.12.28. 뉴스1


배우 고 이선균 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전직 여배우의 범행 전말이 드러났다.

5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모 씨(30·구속 기소)와 전직 영화배우 박모 씨(29·구속 기소)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교도소에서 처음 만난 뒤 2022년부터 같은 아파트에서 살며 친해졌다. 그러다 박 씨는 김 씨의 필로폰 투약 사실 등 사생활을 알게 되면서 김 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김 씨가 마약 투약 혐의를 신고하려는 인물에게 1000만 원을 주고 입막음을 시도한 사실을 알게 된 뒤 김 씨를 협박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박 씨는 해킹범을 가장해 김 씨에게 ‘너 앨범에 나라가 뒤집힐 연예인 사진 많지’ ‘수요일까지 1억 원 준비하라’ ‘곧 경찰 온다’ 등 이 씨와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취지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며 1억 원을 요구했다. ‘돈은 박 씨를 통해 전달하라’며 자신의 신분은 철저히 숨겼다.

박 씨의 협박을 받은 김 씨는 이 씨에게 거액을 요구했다. 김 씨는 이 씨에게 “해킹당해 협박받고 있다. 입막음용 돈이 필요하다”며 “협박범이 3억 원만 주면 다신 협박하지 않겠다고 한다. 매스컴(언론 보도)은 막자”고 했다. 결국 이 씨는 지난해 9월 김 씨에게 현금 3억 원을 건넸다.

이때까지도 김 씨는 자신과 친했던 박 씨가 협박범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는 김 씨가 이 씨에게서 받은 돈을 자신에게 전달하지 않자 이 씨를 직접 협박하기 시작했다. 박 씨는 이 씨의 지인을 통해 2억 원을 요구하다 5000만 원까지 요구 금액을 낮췄다. 그러다 끝내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이 씨 측으로부터 5000만 원을 받아냈다. 이후 박 씨는 경찰에 이 씨와 김 씨의 마약 투약 혐의를 제보했다.

이 씨 측이 협박범을 공갈 혐의로 고소하면서 박 씨 역시 수사를 받게 됐고, 올해 1월 박 씨는 이 씨에 대한 공갈, 공갈 방조 등 5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사 결과 박 씨는 불법 유심칩 3개를 구입해 번갈아 사용하며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긴 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로만 연락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공갈 등 혐의에 대한 김 씨와 박 씨의 첫 재판은 14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