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내홍에 흔들리는 지지층 결집 李 “같이 승리” 曺 “尹의 강 건너야” 曺, 호남 등 지역구 후보 안내는 대신… 민주당은 비례의석 양보할 듯 한동훈 “국민에 대단히 해로운 결합”
손잡은 이재명-조국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총선 선거연대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의 4·10총선 선거 연대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2019년 조 대표 일가의 ‘공정성 논란’을 고려해 중도 확장성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 조국혁신당과 의도적으로 거리 두기를 해온 민주당의 기류가 총선을 한 달여 남기고 180도 바뀐 것. ‘사천(私薦) 논란’으로 당 내홍이 가속화되면서 흔들리는 지지층 결집이 더 시급해 급선회했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왔다. 조 대표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을 겨냥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를 법정으로’ 등 강경 선거 캠페인을 벌이겠다며 총선 연대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에게 대단히 해로운 결합”이라고 비판했다.
● 李 “같이 승리하자” 曺 “학익진처럼 포위”
조 대표는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에 실망한 중도파와 합리적 보수파까지 끌어와 지역구에서 일대일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기 바란다”며 “이렇게 협력해야 총선에서 ‘윤석열의 강’, ‘검찰 독재의 강’을 건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하지 않더라도 ‘정권 심판론’을 부각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
이에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고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중에는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함께 끝내자”고 했다.
두 사람은 이어진 비공개 회동 자리에서도 “같이 이기자”(이 대표) “민주당과 우리는 망치와 모루 같은 관계다. 조국혁신당은 먼저 돌격하는 망치선 역할을 하겠다. 본진이 적선을 포위해 승리한 것처럼 학익진 전술의 총사령관인 이 대표께서 잘 이끌어달라”(조 대표)라고 말하며 협력 의지를 다졌다고 배석한 양당 대변인이 전했다.
● “열린민주당 모델로 총선 협력”
민주당이 그동안 거리를 두던 조국혁신당과 사실상 선거 연대를 공식화한 배경에는 중도 외연 확장보다 야권 결집이 당장 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최근 중도층보다는 우선 기존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불러내는 게 선거 승리에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조 대표와의 연대도 그 같은 흐름 중 하나”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 대표가 최근 지지율 하락세 원인이 ‘윤석열 정권 심판론의 약화’라는 당 전략국의 보고를 받고 더욱 반(反)윤석열 전선 확대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당시 ‘열린민주당 모델’ 방식으로 조국혁신당과 연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조국혁신당이 호남 등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민주당에 양보를 하는 대신 민주당 비례 의석을 조국혁신당이 가져갈 수 있도록 손을 잡겠다는 것.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선거 공학적 ‘연대’가 아닌 윤석열 정권에 맞서는 ‘협력’을 하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다만 친명 지도부 내부에서도 “중도층 없이 선거에 이길 수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조국과의 연대는 결국 기존 민주당 지지층을 빼주겠다는 것”이라며 “정말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싶다면 중도층을 더 끌어모으고 외연을 확장해서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조국신당(조국혁신당)과 연대하지 않겠다고 한 말을 믿으셨느냐”며 “(이 대표는) 이제는 정말 이렇게 속내 다 들킨 바엔 그냥 막장으로 가자는 생각(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결국 자기 안위를 지키기 위한 방탄막을 세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며 “국회가 범죄자 도피처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