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혼란] 의대 있는 전국 모든 대학 증원 요청 의협 “터무니없는 숫자, 정부가 압박” 정부 “2000명 증원배정 신속 마무리”… 복귀 거부 전공의 형사고발도 검토
전공의 8983명 병원이탈… 의료공백 장기화 5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 대기실의 한쪽 출입구가 테이프로 막혀 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사태가 장기화되고 의료 공백이 확산되면서 서울대병원 등 일부 대형 병원은 병동 통폐합까지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4일 오후 8시 기준으로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레지던트 중 90%에 해당하는 8983명이 병원을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의과대학이 있는 전국 40개 대학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총 3401명 늘려 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지난해 11월 정부에 제출한 희망 규모(2151∼2847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증원 희망 규모를 적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의대를 보유한 전국 대학 40곳은 제출 시한이었던 4일 밤 12시까지 모두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신청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학 13곳이 총 930명을 신청한 반면 비수도권 27개 대학이 총 2471명을 신청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비수도권 대학 신청 비율이 72%인 것은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에 대한 지역의 강력한 희망을 표시한 것”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정원 2000명의 배정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별 신청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방 거점 국립대 위주로 대규모 증원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 내용이 공개된 대학을 보면 의대 정원이 49명인 충북대는 현재의 5배가 넘는 250명으로 201명 늘려 달라고 신청했으며, 정원이 110명인 경북대는 현재의 2.3배인 250명으로 140명 늘려 달라고 신청했다.
의대 교수들과 재학생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강원대 의대 교수 2명은 5일 “(대학본부가) 일방적으로 140명 증원을 신청해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통로를 막았다”며 삭발했다. 원광대에선 의대 학장을 비롯한 의대 교수 5명이 보직 사임 의사를 밝혔고, 충북대 의대의 한 교수는 교수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의대에선 김영태 병원장과 김정은 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중대본은 이날부터 병원을 이탈하고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에 대해 3개월 의사 면허정지 처분에 착수했다. 대상자는 4일 기준으로 병원에서 이탈한 것으로 확인된 전공의 8983명이다. 정부는 4일 현장 점검을 마친 주요 병원 50곳 소속 7034명부터 이날 면허정지 사전통지를 시작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 대한 형사 고발도 검토 중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불가피하게 의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방대, 의대 정원 5배까지 증원 신청… 교수들, 증원취소 소송
요청 규모, 작년 11월보다 늘어
대학들, 마감 3시간前 무더기 신청
수도권 930명-비수도권 2471명
교수들 “복지장관 증원 권한없어”… 사직서 제출 등 집단반발 움직임도
대학들, 마감 3시간前 무더기 신청
수도권 930명-비수도권 2471명
교수들 “복지장관 증원 권한없어”… 사직서 제출 등 집단반발 움직임도
韓총리, 응급의료상황 점검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서울 종로구 수도권 긴급대응 응급의료상황실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전날(4일) 문을 연 응급의료상황실은 병원 응급실 가동률 등을 점검하며 응급 환자 병원 간 이송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맡는다. 뉴스1
● 마감 막판 3시간 동안 1400명 몰려
마감일 오후 6시까지 신청한 대학이 17곳으로 절반에 못 미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오후 9시까지만 해도 교육부에 제출된 신청 규모는 2000명을 조금 웃돌았지만, 이후 마지막 3시간 동안 1400명 가량의 증원 신청이 무더기로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학은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만큼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서 대규모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에선 “이번에 신청하지 않으면 반세기는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정부가 총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확정한 가운데 ‘많이 써 낸 대학에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더 배정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 증원 신청이나 기한 연장은 없다는 정부 방침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025년에 당장 늘릴 수 있는 규모가 (정부가 발표한) 2000명을 월등히 상회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방대 경쟁적으로 대규모 증원 신청
교육부는 이날 수도권 13개 대학은 930명 증원을 신청한 반면에 비수도권은 27개 대학이 2471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대학은 대학당 평균 71.5명을, 비수도권 대학은 대학당 평균 91.5명을 신청한 것이다. 의대를 보유한 대학 40곳 중 증원을 신청하지 않은 대학은 없었다.
특히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들은 정원을 최대 4, 5배까지 늘리겠다고 제출했다고 한다. 울산대의 경우 기존 정원 40명의 4배에 가까운 150명으로 110명 늘리겠다고 신청했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대들은 이번 의대 증원을 ‘절호의 찬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수 학생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학비가 비싼 만큼 재정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대학 위상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병원으로 환자들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분원과 병상을 늘려 지역 거점 병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도 작용했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경북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정원을 2.3배로 늘리겠다는 경북대 총장에게 ‘지방대에 재정 투자를 확실하게 할 테니 아무 걱정 말고 의대 확충을 해 달라’고 하는 걸 보고 다들 경쟁적으로 써낸 것 같다”고 말했다.
● 소송, 사임…의대 교수들 반발
교수들은 의대 증원 항의 삭발 이날 강원 춘천시 강원대 의대 앞에선 류세민 의대 학장(사진 왼쪽) 등 교수 2명이 학교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삭발했다. 강원대는 전날 교육부에 현재 49명인 정원을 140명으로 늘려 달라고 신청했다. 강원대 의대 교수진 제공
이날 의대 33곳의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 처분과 후속 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 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이들은 “고등교육법상 교육부 장관이 의대 입학정원 증원 결정을 해야 한다. (증원을 결정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무(無)권한자이므로 증원 결정은 당연무효”라고 주장했다.
대학교수들의 반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충북대병원과 경북대병원 교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의대 교수 사이에서 김영태 병원장과 김정은 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김 병원장은 6일 교수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른 의대에서도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또는 겸직 해제 등의 집단행동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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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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