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도심의 호텔 앞을 한 여행객이 지나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올해 여름 올림픽 개최를 앞둔 프랑스 파리는 호텔은 물론이고 에어비앤비 등 단기 임대 수요가 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파리를 찾는 이들이 많다 보니 파리에선 ‘이웃과 잠시 집을 합치고 남은 한 채로 임대 수익을 벌어 나누자’는 말까지 들린다. 올림픽 기간에만 자가에 세입자를 들이고 본인은 해외로 잠시 떠날 계획을 세우는 파리지앵도 적지 않다. 임대 수익이 높을 때 월세를 주고 자신은 저렴한 이웃 국가에서 생활하며 생활비를 절약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숙박 요금이 높아져 임대 수익이 실제 쏠쏠해졌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올 7, 8월 올림픽 전후 파리 시내 호텔 객실의 1박 평균 요금은 522유로(약 76만 원)나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평균 759유로에서 좀 떨어지긴 했지만 1년 전 평균 가격인 202유로의 2.6배나 된다. 호텔이 비싸지면서 일반 주택에서 짧게 숙박하는 여행객들이 늘었다.
올림픽을 앞둔 파리뿐 아니라 유럽 주요 도시 곳곳에서 단기 임대 시장이 전체적으로 과열되는 분위기다. 2020년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지며 여행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 유럽 단기임대 이용 13.4% 늘어
프랑스 파리 도심의 한 공인중개사에 걸린 매물들. 매매 외에 임대 매물은 찾기 힘들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 주요 도시들에서 단기 임대 수요가 늘며 주택 임대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임대 플랫폼 ‘하우징 애니웨어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포르투갈에선 지난해 2분기(4~6월) 아파트 평균 임대 가격이 1년 전 대비 25% 증가했다. 현지 언론들은 포르투갈에선 급여가 다른 국가들처럼 오르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상승 폭이라고 평가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아파트 평균 가격도 같은 기간 무려 43%나 올랐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숙박 시설 임대 비용이 저렴했던 이탈리아의 피렌체, 토리노에서도 마찬가지다. 임대용 아파트 값이 피렌체에선 21%, 토리노에선 12.5% 뛰었다.
주거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상승폭은 아파트의 경우 분석 대상 23개 도시 중 헝가리 부다페스트(42.9%), 네덜란드 헤이그(27.8%)와 위트레흐트(25.8%), 포르투갈의 포르투(25.0%)와 리스본(15.8%) 순으로 높았다.
이런 현상은 우선 코로나19 기간에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해외에 거주하면서 일하는 ‘워케이션’족이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유로뉴스는 “재택근무 시대가 되면서 젊은 근로자들이 해외로 이주해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단기 임대 단속 ‘안간힘’
프랑스 파리의 주택가에 자리 잡은 호텔.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에 유럽에서 단기 임대 인기가 높은 스페인은 적극적인 규제에 나섰다. 바르셀로나는 2021년 유럽 지역에서 처음으로 개인용 원룸 단기 임대를 금지했다. 단기 임대 등록 현황을 점검해 불법이 확인되면 임대를 중단시키는 단속팀까지 가동했다. 집이나 아파트 전체를 임대하는 건 허용하지만 집 소유자는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어 발렌시아는 지난해 2월부터 일부 역사 지구에서 관광 목적의 주택 임대를 금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특히 파리시가 엄격한 규칙을 시행한다. 임대 가능한 주택을 제한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임대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20일로 뒀다. 그 이상 임대하거나 또 다른 주택을 임대하려면 공식적으로 관광 숙소로 전환해 신고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