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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 급등은 산지의 공급 부족 때문 [기고/김성훈]

입력 | 2024-03-07 03:00:00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최근 사과, 감귤을 포함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라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농산물의 가격 변동은 다양한 요인이 상호작용한 결과지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작황 부진이라는 것에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한다.

실제로 작년에는 농작물에 꽃이 피거나 열매가 영글어 가는 주요 생육 단계마다 이상기후가 발생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일례로 제주 감귤의 경우 작년 11월에 우박이 쏟아져 큰 피해를 입었는데, 최근 10년간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인 기상재해였다. 사과와 배 생산량도 전년 대비 각각 25%, 19% 감소하는 등 공급량 급감이 발생하였고, 이는 해당 농산물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도매시장 거래제도 문제를 제기하는 주장이 있는데,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시장을 연구하는 경제학에서는 가격 변동에 대한 분석을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또 태생적으로 이익 추구에 집중하는 시장 유통인의 선의(善意)를 믿지 않는다. 즉, 도매시장 거래제도를 개선한다고 해서 이것이 수요와 공급 변화보다 가격에 더 근본적인 영향을 주리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사는 하늘과 같이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농산물 공급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농업 관측, 농산물 비축 및 방출, 재배기술 개량, 스마트팜을 포함한 시설원예 확대 등의 사업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다.

도매시장과 관련해서는 도매상인의 경쟁을 극대화하고 시장 자체의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제 역할을 하도록 시장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작년 11월 30일에 출범한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전국 32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으로 쪼개진 우리나라 도매유통의 혁신을 촉발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장 1년 차 5000억 원의 거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래량을 늘려가고 있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온라인시장으로, 전국의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시장도매인, 산지 생산자 및 대량 수요자가 기존 오프라인 공영도매시장의 칸막이를 초월한 하나의 거대시장에서 무한경쟁을 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도매시장 거래의 투명성 제고 및 도매유통의 효율성 극대화를 달성하고, 농산물 유통의 근본 과제인 농가 수취가격 상승과 소비자 적정 구매가격 형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농산물 도매유통은 농산물도매시장 외에 대형 소매업체 및 외식업체의 산지 직구매, 농가와 소비자의 온라인 직거래 등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점에서 농산물 가격 급등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