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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몬스터 “슈링크플레이션 싫어”… 바이든 “바가지 철퇴” 화답

입력 | 2024-03-07 03:00:00

‘세서미 스트리트’ 멤버 불평 쏟자
백악관 ‘생활물가 잡기’ 대책 발표
일각선 “사전 교감 있었나” 의심도



미국 어린이 교육 방송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대표 캐릭터인 쿠키몬스터. 쿠키몬스터 ‘X’(옛 트위터) 캡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싫어! 쿠키가 점점 작아져. ㅠㅠ.”

미국 어린이들의 친구로 사랑받아 온 ‘쿠키몬스터’가 평소와 달리 세상사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자 백악관이 화답하고 나섰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교육 애니메이션 ‘세서미 스트리트’의 1969년 원년 멤버인 쿠키몬스터는 4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우연히’ 다음 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관련 대책을 내놨다.

쿠키몬스터가 지적한 슈링크플레이션은 기존 가격은 유지하면서 제품 용량 등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판매 방식이다. 최근 미국도 오레오 한 통의 과자량이 2019년보다 6%나 주는 등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 논란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에게도 영향력을 지닌 쿠키몬스터가 나서자 백악관은 즉각 반응했다. 같은 날 백악관은 X에 동요를 흉내내 “‘바’는 바가지 를 쓴(ripped off) 소비자”라고 한 뒤 “대통령은 기업이 슈링크플레이션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런 뒤 다음 날인 5일 바이든 대통령은 ‘불공정·불법 가격 타파’ 패키지를 발표했다.

일각에선 쿠키몬스터의 불평이 백악관과 사전 교감 아래 이뤄진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작사 ‘세서미 워크숍’은 X 게시 전 백악관과 조율했는지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 공영방송 PBS에서 방영하는 세서미 스트리트는 그간 여러 차례 ‘친(親)민주당 성향’이란 공화당 측 공격을 받아 왔다. 2021년에도 X에 “백신을 맞아 건강해지자”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정권 홍보라는 비판을 받았다.

‘슈퍼 화요일’을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생활물가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현재 실업률이 낮고 증시도 호황이나, 거침없이 오르는 물가에 소비자 불만이 크다. 2022년 미 식비 지출은 가처분소득의 11.3%로, 1991년(11.4%)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5일 ‘불공정·불법 가격 타파’ 패키지를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연설에서 “쓰레기 수수료(junk fee)를 없애 소비자가 연간 총 200억 달러(약 26조7000억 원) 절감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신용카드 연체 수수료 상한선을 낮추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중고차 거래 등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