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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중동서 직원 2000명 해고… 반미 불매운동 여파

입력 | 2024-03-07 03:00:00

“유대계 前CEO 이스라엘 지지”
스타벅스측 부인에도 매출 타격
KFC-맥도널드 등도 잇달아 고전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의 텅 빈 스타벅스 매장. 사진 출처 ‘X’(옛 트위터)


유대계 경영자가 오랫동안 경영한 스타벅스가 약 2000명의 중동 직원을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이슬람권에서 대대적인 불매 운동에 직면한 여파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동 내 스타벅스 운영권을 소유한 쿠웨이트 유통기업 알사야그룹은 5일 “최근 6개월 동안 누적된 상황으로 인해 직원 수를 줄이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약 20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감원 인원은 알사야 소속 스타벅스 전체 직원 1만9000명 중 약 10%에 해당한다. 알사야그룹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13개국에서 약 19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동에서는 KFC, 맥도널드, 피자헛, 펩시 등 미국의 대표적 요식업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만 두둔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유대계 하워드 슐츠 전 최고경영자(CEO)의 입김이 강한 스타벅스는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저항에 부딪혔다. 슐츠 전 CEO는 1987년 스타벅스를 창업주로부터 인수해 오늘날의 ‘커피 제국’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중동 소비자는 그가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을 지원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폈다. 스타벅스 측의 부인에도 불매 운동은 계속됐다.

스타벅스는 미국 내에서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전쟁 발발 직후 스타벅스 노조는 소셜미디어에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에 유대계 및 보수 성향 고객들이 항의했고 회사 측도 노조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팔레스타인 지지 성향 고객과 이스라엘 지지 성향 고객 모두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 내 스타벅스 또한 매출 급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최근 스타벅스는 올해 글로벌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0∼12%에서 7∼10%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미국과 카타르의 중재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3∼5일 진행된 휴전 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다. 이에 따라 10일부터 시작되는 이슬람의 금식 명절 ‘라마단’ 이전 휴전 합의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