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32년만에 최대폭 올라… 물가상승률 다시 3%대로
지난달 과일값이 1년 전보다 38% 넘게 뛰면서 3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국제유가도 다시 들썩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은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정부가 과일값 부담을 덜어줄 대책을 내놓으며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지만 과일값을 비롯한 생활 물가는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600억 원을 지원해 사과, 배 가격을 최대 절반까지 할인해주고 수입 과일 관세도 깎아주기로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참외가 본격 출하되는 4월까지 소비자가격이 높은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전방위적 대책을 추진해 국민 체감물가를 낮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과일값 오름세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과일값이 비싸진 건 단기적인 공급난 때문만은 아니다. 농가 일손이 부족해지고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사과는 2033년까지 재배면적이 연평균 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까다로운 검역 절차로 인해 수입도 사실상 봉쇄돼 이런 가격 폭등 현상이 빈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농산물 등 생활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물가 흐름은 매끄럽기보다 울퉁불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과-배 흉작, 수입도 막혀… 과일값 고공행진 장기화 우려
[물가 비상등]
이상기후-농가 고령화에 재배 줄어… 작년 사과 생산량 30%-배 27% 감소
복잡한 검역-농가 반발에 수입 제한
정부 “600억 투입 가격할인 지원”
이상기후-농가 고령화에 재배 줄어… 작년 사과 생산량 30%-배 27% 감소
복잡한 검역-농가 반발에 수입 제한
정부 “600억 투입 가격할인 지원”
6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시민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사과 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매달 50%가 넘는 상승 폭을 이어가고 있다. 사과 등이 포함되는 신선과실류는 1년 전보다 41.2% 뛰며 32년 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 매장 과일 코너엔 매장 입구와 가까운 수입 과일 진열대에만 손님들이 몰렸다. 반면 입구에서 10m가량 떨어진 작은 진열대에 놓인 사과와 배를 장바구니에 담은 손님은 30분 동안 겨우 1명뿐이었다.
● 이상기후, 고령화로 재배면적 계속 줄어
과일 생산량이 줄어든 데는 지난해 이상기후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봄 이상저온으로 과일들은 수정 단계에서부터 냉해가 발생했다. 여름에는 기록적인 장마로 일조량이 크게 줄고 식물 탄저병이 돌았다. 지난해 장마철 강수량은 1973년 이래 3번째로 많았다. 10월 말에는 최대 사과 산지인 경북에 우박이 내리기도 했다.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국산 과일의 주요 산지가 계속 북상하고 있다는 점 역시 국산 과일 생산 측면에서는 큰 악재다. 노호영 농촌경제연구원 원예관측실장은 “지난해 사과 흉작은 이례적인 상황이지만 최근 이상기후가 늘고 농촌 고령화로 과일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상기후에 강하면서 수확량도 늘릴 수 있는 과일 품종 개발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 ‘금사과’라 불려도 수입처 막혀 있어
주요 국산 과일의 경우 해외 수입이 힘들다는 점도 가격 상승을 막기 힘든 요인이다. 수입량을 늘려서 물가를 관리하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특히 사과와 배는 병해충의 유입을 막기 위해 복잡한 검역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입이 제한돼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가격이 폭등하면서 ‘금사과’라고까지 불렸음에도 지난해 사과 수입은 전무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수입에 나설 경우 국내 농가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도 수입을 가로막는 요소로 꼽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은 식량안보 문제와는 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생산이 부족할 때는 농가 소득은 적절하게 보전해 주면서 수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체 과일 수입을 늘리고 농축수산물 할인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오렌지, 바나나를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만다린, 두리안, 파인애플주스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관세를 인하할 계획이다. 4월까지 204억 원을 투입해 사과 등 13개 품목의 납품단가 인하도 지원한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