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구글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18년 2월 1일 오전 3시52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와 오픈AI의 합병을 종용하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일리아 수츠케버 등 오픈AI 공동 창업자들에게 보냈다. 당시 머스크와 오픈AI 창업자들은 인간수준의 일반인공지능(AGI)에 도달하려면 비영리 조직의 몇 천억 원 자금으로는 택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의 경쟁자는 시가총액이 1조 달러(1330조 원)이 넘는 구글이었다.
머스크는 이 이메일에서 “(테슬라와 합병하더라도) 오픈AI가 구글의 대항마가 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래도 0%는 아니다”라며 ‘테슬라가 오픈AI의 캐시카우가 돼야 한다’는 이름이 가려진 지인의 이메일을 첨부해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 머스크가 소장에서 “오픈AI는 폐쇄형 소스(closed-source)이며 세계 최대 기술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실상 자회사로 변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오픈AI는 “머스크는 오픈AI를 테슬라 내부로 들여오고, 지분 대다수를 갖고, 자신이 이사회를 통제하며 오픈AI CEO도 맡으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개인이 오픈AI를 통제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 거절했더니 머스크는 회사를 떠나며 지원하리고 한 자금을 보류했다.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창업자가 그 간극을 메워 운용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오픈AI의 머스크에 대한 반박글에는 오픈AI 창업초기 구글과 AI로 경쟁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 두려움, 결국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절박함 등도 담겨 있었다. 창업한 해 2015년 이메일에도 올트먼이나 수츠케버가 총 1억 달러 투자 모금을 발표하려 하자 머스크는 “10억 달러라고 발표해야 구제불능(hopless)으로 보이지 않는다. 못 구하면 내가 더 내겠다”며 어떻게든 구글의 딥마인드 등에 대항마로 포지셔닝 하려는 모습이 드러났다. 오픈AI는 머스크가 총 4500만 달러(599억 원)를 초기자금으로 투자했고, 다른 투자자들이 총 9000만 달러(1198억 원) 이상을 냈다고 밝혔다.
또 오픈AI는 2016년 수츠케버가 머스크에게 “오픈AI의 오픈의 의미는 AI를 개발한 뒤 그 과실을 공유하자는 것이지 내부 ‘과학’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괜찮지 않느냐”고 말하자 머스크가 “그렇다”고 답한 메일도 공개됐다. 지난해 올트먼 오픈AI CEO 축출 사태의 주역으로 지목됐던 수츠케버 수석과학자는 머스크가 구글에서 빼내 온 천재 과학자로 AGI 개발의 리더로 꼽힌다.
오픈AI는 블로그에서 “머스크와 우리는 (창업 2년 차인) 2017년에 이르러서야 엄청난 투자가 필요함을 알았고 머스크는 그 누구보다 이를 알고 있었다”며 “우리가 깊이 존경했고 우리가 더 높은 목표를 갖도록 영감을 준 인물이 우리에게 실패할 것이라 말하고 경쟁업체를 출범시킨 데 이어 우리를 고소한 데 대해 슬프다”고 덧붙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