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상상도.
애플이 ‘애플카’를 포기했다. 매력적인 제품 디자인과 압도적인 사용자 편의성. 미국 혁신 기업을 대표하는 애플은 10년간 자율주행 전기차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은 좀처럼 실현되지 않았고 ‘타이탄’이란 이름의 프로젝트는 결국 좌초됐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억 대의 차를 생산한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도 자율주행 완성을 버거워한다. 도로를 누비는 전기차 수백만 대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테슬라도 진정한 자율주행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김도형 기자
애플은 그동안 제품 설계는 자신들이 하되 생산은 외부에 맡기는 전략을 써왔다. 하지만 차 산업은 생산 역량 자체가 핵심 경쟁력인 산업이다. 내연기관차보다 생산이 쉬워졌다지만 전기차도 외주 생산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의 요구에 토 달지 않고 완성도 높은 차를 만들면서 애플에 큰 수익을 안겨줄 파트너를 찾는 것은 아주 힘든 과제다.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지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상황도 애플에는 큰 악재였다. 차 업계의 애플로 불리던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면서 단단한 성채를 구축한 상황. 우선 테슬라를 따라잡는 목표만 해도 만만치가 않다. 여기에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이제는 이 테슬라마저 가격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애플카로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든다면 어떤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지는 답이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동안 애플은 더 비싸지만 더 뛰어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하지만 현재의 전기차 시장은 후발 주자의 고급화 전략이 쉽게 먹혀들 무대가 아닐 수 있다.
혁신적인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차 산업의 현실을 목격한 애플의 후퇴는 늦었지만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는 생성형 AI에 힘을 집중하려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겠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