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시선에서 잠시 멀어진 듯했던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되면서부터다. 더욱이 이 전 장관은 이미 1월부터 출국금지 된 상태다. 수사를 위해 출국을 막아 놓은 피의자를 해외에서 일하는 공관장에 앉히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7월 수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스무 살 해병대원의 안타까운 희생에 온 국민이 애도했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그런데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이 전 장관은 초동 수사를 맡은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 기록을 경찰에 넘기는 것을 승인했다가 하루 만에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그런데 수사단은 이틀 뒤 수사 기록을 이첩했다. 이를 놓고 ‘항명이냐 외압이냐’는 논란이 커졌고 정치적 이슈로 번졌다.
▷외압 의혹의 핵심은 이 전 장관이 왜 지시를 바꿨느냐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 측은 당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에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하자 장관이 지시를 번복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반면 국방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박 전 단장이) 보고했기에 수고했다고 결재했다가 다음 날 다시 짚어봐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수사를 통해서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공수처에서 이 전 장관을 출금 조치한 이유였을 것이다.
▷이 전 장관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당시 보고선상에 있던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경북 영주-영양-봉화,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충남 천안갑에 여당의 단수공천을 받았다. 임 전 차장은 해병대 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통화한 것으로 밝혀져 외압 관여 의혹이 제기됐고, 신 전 차관도 당시 김 사령관에게 ‘장관 지시를 따르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이 있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을 대사로 임명하고, 여당 후보로 낙점한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