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고학력-여성 구심점 잃어 헤일리 지지자 37% “바이든 선택” 바이든 “헤일리 진실 말해” 추켜세워 트럼프도 지지자들 향해 “함께하자”
경선 사퇴 발표하는 헤일리 6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가 선거 운동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찰스턴은 그의 고향이자 대선 출정식을 열었던 도시로, 헤일리 전 대사는 이 주에서 2차례 주지사를 지냈다. 이날 발표에서 경쟁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찰스턴=AP 뉴시스
“내 캠페인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위대한 운동에 동참하도록 초대하겠다.”(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6일 미국 야당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지지층을 포섭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 헤일리 “내 지지자 표심 얻는 것, 트럼프 몫”
헤일리 전 대사는 6일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경선 사퇴 기자회견을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되레 “나는 더 이상 주자가 아니지만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표를 얻는 일은 그에게 달렸다”고 했다. 앞서 경선에서 사퇴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번 경선 과정을 통해 ‘트럼프 대항마’라는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뿐만 아니라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아 대선 후보 지위가 흔들릴 경우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도 부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과 별개로 4년 후 독자적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에 다시 도전할 채비도 갖췄다.
이는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고소득-고학력, 여성, 비(非)백인 보수 유권자의 고른 지지를 얻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5일 ‘슈퍼 화요일’에 치른 노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는 출구조사 결과 석사학위 이상의 고학력 유권자의 47%, 대학 졸업자의 33%가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했다. 또 자신을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유권자 중에서도 57%가 “헤일리 전 대사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 바이든-트럼프 캠프, 모두 헤일리 구애
헤일리 전 대사를 향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구애도 한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공화당에서 헤일리는 기꺼이 진실을 말하려 했다”며 추켜세웠다. 이어 “트럼프는 헤일리 지지자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면서 “분명히 말하는데, 내 대선 캠페인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보존하고, 미국의 적에 맞서 싸우는 문제에 우리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헤일리 전 대사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개입주의 노선을 지지하고 있음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모든 헤일리 지지자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운동(자신의 재선 캠페인)에 동참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헤일리가 5일 경선에서 기록적인 참패를 했다. 그의 선거자금 대부분이 극좌 민주당에서 나왔다”며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