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전공의 명단 커뮤니티 올리고… 비판 받으면 거친 욕설 댓글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 소개 회원… “면허정지보다 내 집단이 더 무서워” “실명 게시-협박성 댓글, 범죄행위” 경찰, 수위 높으면 구속수사 추진… ‘자료 지워라’ 글 작성자 압수수색
의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단 이탈에 동참하지 않은 이른바 ‘복귀 전공의 리스트’가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병원에 남은 의료진이 6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인근을 걷는 모습이다. 뉴스1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단 이탈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실명이 담긴 리스트가 공유되고, 집단행동에 비판적인 글에 원색적 욕설이 담긴 댓글이 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병원에 남은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비꼬기도 했다. 경찰은 복귀 전공의 실명 공유 및 협박성 댓글에 ‘구속 수사’를 거론하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 복귀 전공의에 ‘참의사’ 조롱
커뮤니티에 전공의 집단 이탈에 대해 비판적 글이 올라오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댓글로 달렸다.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을 ‘공무꾼’(공무원을 비하하는 말)으로 지칭하기도 했고 ‘버러지 ××’ ‘자식들 앞날에 사고와 악재만 가득할 것’ 등의 표현도 난무했다. 의대 교수들을 ‘×수’라고 지칭하며 “화끈하게 사직하든가 닥치고 당직이나 해라. 우리는 의사 목숨 걸고 나왔다”라고 비난하는 글도 있었다. 이 커뮤니티는 의사 면허 등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어 리스트 작성자는 의사일 가능성이 높다.
● “의사사회, 폐쇄적 배타적 특성”
의료계에선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는 이유 중 하나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의사 사회의 특성을 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인턴은 “의료계는 의예과 1학년부터 전문의 이후까지 계속 이어지는 좁은 사회”라며 “2020년 파업 때도 국가고시를 거부하지 않은 사람을 두고두고 ‘배신자’라고 불렀다”고 했다.
● 경찰 “구속 수사 추진”
법조계에선 의사들이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의택 성지파트너스 변호사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전공의 복귀를 막으려 한 의도가 입증된다면 업무방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7일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 등의 실명을 게시하는 행위나 협박성 댓글은 형사 처벌될 수 있는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중한 행위자에 대해 구속 수사를 추진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또 지난달 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사직 전 병원 PC 자료를 삭제하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작성자에 대해 6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글 작성자는 서울에 근무하는 의사로 추정하고 있으며 조만간 출석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