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출금상태서 대사 임명 李 前 장관, 다음날 직접 해제 요청 공수처 아닌 법무부가 직권해제 가능 대통령실 “출국금지된 사실 몰랐다”… 野 “수사외압 피의자 해외도피” 비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뉴시스
앞서 4일 이 전 장관은 대사로 임명됐지만 그가 이미 1월부터 출국금지된 사실이 6일 뒤늦게 알려졌다. 이어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이 전 장관은 이미 외교관 여권을 발급받았으며, 8일 출국 일정을 잡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특임공관장의 경우 임명 전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인사 검증에 나서고 외교부의 자격심사 대상에선 제외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 때문에 특임공관장 임명은 대통령의 판단과 대통령실의 검증에 따라 좌우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수처법상 대통령, 대통령비서실 공무원은 공수처 사무에 관한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지시·의견제시 등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면서 “출국금지 여부를 공수처에 (우리가) 확인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 전 장관이 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인 데다 주호주 대사로 임명하려면 해외 출국이 필요한 만큼 대통령실이 출국금지 여부 정도는 파악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호주 측에서 (이 대사 임명에 대해) 문제 또는 이의를 제기한 바는 없다”고 했다. 다만 호주 당국도 이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내줄 당시 출국금지 사실은 몰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추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공수처는 이날 이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4시간 동안 약식 조사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발생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채모 상병 순직 사고와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용서류 무효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도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가 출국금지 해제를 위한 ‘명분 쌓기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