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대로면 대한민국 의료 파국”…빅5 병원 교수들 뭉친다

입력 | 2024-03-08 10:56:00

서울의 한 종합병원 로비에서 의사들이 오가고 있다. 2024.3.7. 뉴스1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이탈이 3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자 교수들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가 각 의과대학이 제출한 증원 희망 규모를 발표한 지난 5일부터 전국의 병원에서 교수들의 개별적인 사직 움직임이 이어졌지만 이젠 교수들이 연계해 현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빅5 병원 교수들은 이번주 내로 각 병원의 비대위원회가 연대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공동 대응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밤 교수 긴급총회를 열고 ‘사직서 제출’을 합의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에는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등 수련병원 3곳의 교수들이 소속돼 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151명, 울산대병원 48명, 강릉아산병원 55명 등 254명이다.

앞서 지난 5일부터 비대위가 소속 의대 교수 996명을 대상으로 전공의 사법조치에 따른 대응 방향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강의-진료 겸직 해제 혹은 사직서 제출 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77.5%에 달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긴급총회에서 겸직해제가 아닌 사직서 제출로 대응 방향을 결정한 것이다.

울산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상황을 보면서 사직서를 취합해 어떻게 제출할지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당장 진료를 내던지는 건 아니고 사직서 제출까지 불사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직서는 일단 각 병원 비대위가 우선 접수를 하기로 했다. 접수 방안 및 일정은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7일 서울 캠퍼스 강당에서 교수 긴급총회를 열고 있는 모습. (비대위 제공)

이들은 또 같은 날 새롭게 비대위원장을 선출한 서울대 의대를 비롯해 빅5 병원 비대위 및 교수 단체와 연대해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선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을 맡은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일단 서울대 비대위 2기가 구성이 됐으니 빅5 병원 비대위와 먼저 연계를 할 생각”이라며 “그러고 나서 전국의과대학 교수연합회와도 같이 뜻을 모아 빠르면 다음주 전체 의견을 모아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의대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건 아니다. 지난달 28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설문조사 때 ‘사직서 제출과 겸직해제 등 집단 행동에 찬성’ 답변이 84.6% 나왔다. 다만 사직서 제출은 최후의 수단일 뿐 국민과 환자를 위해 합의점을 모아 정부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우선에 두고 있다.

먼저 빅5 병원 교수들은 의과 대학생과 전공의가 안전하게 복귀해 교육과 수련을 마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을 합칠 예정이다.

전공의 수련 기능이 붕괴되면 대한민국의 필수의료가 원상 회복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지난달 19일부터 본격적인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기 때문에 한 달이 되는 이달 18일까지는 서둘러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재승 교수는 “전공의가 첫 사직서를 제출한 게 2월 19일이다. 3월 18일이 지나가 버리면 진짜 사직이 되는 전공의가 많이 생기게 되고, 의대생 학사 일정도 아무리 많이 늦춰도 이달 20일에서 20일 후반”이라며 “전국적으로 파국을 막으려면 오는 18일, 19일 전에 뭔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 상황이 계속되면 업무가 가중된 남은 인력들의 이탈과 병원 운영상 타격도 크기 때문에 교수들은 발빠르게 대응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 관계자는 “일단 서울아산병원은 응급실, 고위험산모의 분만, 백혈병 입원 병동 등이 가장 심각한 상태로 의료진들이 이미 번아웃돼 인력 이탈 조짐이 있다”며 “시급히 대체인력을 확보하거나 진료기능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 진료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지만 응급·중환자실 등 고난이도 입원 환자 진료를 보존하기 위해 순차적인 진료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병원 운영 측면에서도 심각한 상황인데 정부가 얼마를 투입하겠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 액수로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