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공장에서도, 집에서도 사람 대신 척척…범용 로봇 상용화 시대 온다

입력 | 2024-03-08 18:46:00


인간을 대체하는 ‘범용 로봇’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로봇이 산업 현장의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향후 가정까지 침투해 일상 속 가사노동도 대체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지난달 23일 블룸버그 통신은 피규어 AI(Figure AI)가 시리즈 B 투자에서 6억 7500만 달러(약 8987억 원)를 유치했다고 보도했다. 피규어 AI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와 테슬라 출신 엔지니어들이 지난 2022년 설립한 로봇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3월 인간 모습을 본뜬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인 ‘피규어 01’을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1\' / 출처=피규어 AI


피규어 AI에 몰린 자금 규모만큼이나 주목받은 건 투자자들의 면면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엔비디아, 아마존, 인텔 등 기술 업계의 거물들이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로봇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건 AI 발전의 다음 수혜지가 로봇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간의 모습을 본뜬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같은 활동 반경에서 인간의 여러 활동을 대신할 수 있는 범용 로봇의 이상적 형태로 더욱 주목받는다.

테슬라 또한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 2세대를 공개하는 등 범용 로봇 개발에 이미 뛰어든 상황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24일 엑스(구 트위터)에 옵티머스가 연구실 안을 걸어다니는 모습을 담은 1분 18초 분량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로봇 피규어 AI에 거액을 투자를 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진 직후다. 일종의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계란을 깨지 않고 집어서 옮기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 출처=테슬라


이들 기업들은 범용 로봇을 먼저 제조업, 물류, 소매업 등 산업 현장에 먼저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협동 로봇이나 산업용 로봇으로는 할 수 없었던, 아직 인간의 몫으로 남아있는 일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향후에는 가정과 일상생활에 밀착해 가사를 돕는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나 우주 탐사 용도로까지 확장한다.

하지만 당장 휴머노이드 형태의 범용 로봇이 산업 현장과 일상에서 활용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족 보행 로봇을 구현하는 데 드는 기술력과 비용이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추정 가격은 10만 달러(1억 3285만 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휴머노이드보다 단순하면서 효율적인 형태의 범용 로봇도 당장의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지난 1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가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해 개발한 모바일 알로하가 대표적이다.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해 개발한 모바일 알로하 / 출처=스탠퍼드 대학교


모바일 알로하는 바퀴가 달린 이동형 플랫폼 위에 양팔 로봇을 결합한 형태다. 기존 휴머노이드 로봇들에 비하면 인간과는 거리가 먼 형태지만 설거지, 요리, 빨래처럼 복잡한 동작을 문제없이 처리한다.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는 ‘모방 학습’을 적용한 결과다.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한 점도 특징이다. 연구진이 밝힌 구축 비용도 3만 2000달러(약 4251만 원)로 기존 휴먼노이드 로봇의 추정 가격보다 저렴하다.

연구진은 모바일 알로하를 가사 노동을 대신하는 가정용 로봇으로 시연했지만, 오히려 제조업과 같은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성이 더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로봇 AI 스타트업 플라잎의 정태영 대표는 “모바일 알로하는 정해진 환경에서 하나의 작업만 할 수 있어 가정용 서비스 로봇으로 활용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며 “오히려 일정한 환경에서 정해진 작업을 해야 하는 산업 현장이 활용처로 더 적합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알로하를 원격 조종으로 학습시키는 모습 / 출처=스탠퍼드 대학교


플라잎은 실제 모바일 알로하를 제조업에 투입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나섰다. 섬세한 힘 조절이 필요한 조립 및 체결 작업은 아직 로봇으로는 대체가 힘들어 인력에 의존하는데, 모바일 알로하로는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거란 게 플라잎의 판단이다. 실제 플라잎은 모바일 알로하 공개 이후 기술 분석과 검토를 거쳐 한 달 만에 건전지 넣는 작업, 커넥터 분리, 문 여는 동작 등의 작업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이달 6일에는 이를 위해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김유성 교수가 이끄는 CSI(Computer System & Intelligence) 연구실과 ‘지능형 로봇AI 연구 개발을 위한 산학협력 협약’도 맺었다. 성균관대 CSI 연구실은 AI를 활용해 여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으로,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스펙트럼 챌린지’ 대회에서 4년 연속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왼쪽부터 성균관대학교 CSI 연구실 김유성 교수와 플라잎 정태영 대표/ 출처=플라잎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플라잎과 CSI 연구실은 모바일 알로하의 제조 현장 투입을 위한 로봇 제어 기술을 실현하고, 향후 서비스 로봇으로서 활용하기 위한 기능 고도화에도 힘을 모은다. 플라잎의 산업 현장에서의 로봇 운용 노하우와 로봇 환경, CSI 연구실의 강화학습 분야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낼 것으로 양측은 기대 중이다.

정태영 대표는 “모바일 알로하에 플라잎의 로봇 AI 기술력을 합치면 기존 로봇의 절반 수준인 3000만 원 수준으로 운용 가능한 로봇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알로하로 건전지 넣는 작업을 구현하는 모습 / 출처=플라잎


CSI 연구실 측은 “우리 연구실에서 추구하는 현실 복합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개발하는 데 있어 국내 로봇 AI 솔루션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인 플라잎은 최고의 파트너”라며 “향후 서비스 산업에서의 복잡한 작업 지침을 인간 수준으로 이해하고, 환경 및 작업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고지능, 고범용, 고적응 로봇 기술을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