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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물질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

입력 | 2024-03-09 01:40:00

◇물질의 세계: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에드 콘웨이 지음·이종인 옮김/584쪽·2만9800원·인플루엔셜




마크 쿨란스키의 ‘대구(cod)’에는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라는 어마어마한 부제가 붙어 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이런 관점으로도 책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근세 유럽에서 발전한 박물학이 생물학, 지질학, 광물학은 물론이고 고고학, 인류학 등으로 심화해 간 과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이나 팀 마셜의 ‘지리의 힘―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등 이런 유형의 책이 서구에서 잘 팔리는 걸 보면 말이다.

이 책도 비슷한 관점에서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 등 6가지 물질과 그와 관련된 산업이 어떻게 인간 세계를 확장시키고 역사를 움직여 왔는지를 지구촌 곳곳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엔지니어 토머스 미즐리는 휘발유에 테트라에틸납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엔진 잡음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납은 강력한 신경독소로, 어린아이의 뇌를 망가뜨릴 수 있다. 이에 제너럴모터스는 납을 대체할 방안을 찾는 대신 자신들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이름을 고쳐 썼다. 테트라에틸납을 에틸로 바꾼 것이다.

단순히 해당 물질의 역사만 쭉 기술했다면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전문서가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부터 미국 네바다주 코테즈 광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의 취재 내용을 역사적 사실들과 씨줄, 날줄로 엮어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다. 원제(Material World: A Substantial Story of Our Past and Future)를 반영하듯 저자의 시선이 기후변화와 인류의 미래까지 확장돼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