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정치권 인식 상당한 격차” 실제 외국 이전 여부엔 의견 분분 “외국인노동자 확보用 압박” 평가도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이 자국 정책에 반발해 외국 이전 가능성을 시사한 뒤 총리까지 회사 수뇌부와 만났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기업인 ASML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필수 기술을 보유해 최근 각국이 반도체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베닝크 CEO는 “지금 당장 떠날 계획은 없다”며 “내각과 ASML이 대부분의 주제에 대해선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전 계획을 현실화하는 건 일단 배제했지만 향후 성장을 둘러싼 이슈의 해결에는 양측이 도달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유럽 최대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의 전 이사인 짐 테후푸링은 “단순히 반이민 이슈뿐만이 아니라 최근 네덜란드는 ASML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정책들들 펼쳐 왔다”며 “몇 년간 정부가 법인소득세를 인상하고, 중국 수출을 제한한 점 등을 풀지 않으면 외국으로 이전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전 결정이 나더라도 점진적으로 공장을 외국으로 이전해야 하므로 수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네덜란드 유력지 더텔레흐라프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ASML을 붙잡기 위해 태스크포스(TF) ‘베토벤’팀을 꾸렸으며, 뤼터 총리가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을 만큼 이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 네덜란드 의회는 지난해 총선에서 반(反)이민 극우 정당이 승리한 뒤 외국인 숙련 노동자에게 부여하던 비과세 혜택을 점차 삭감하고 유학생 수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직원 40% 이상이 외국인인 ASML은 여러 차례 우려를 표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