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병원이탈 장기화에 대응 대통령실 “거부권 때와 상황 달라져” 간협, 간호사 업무확대 법제화 촉구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의료개혁 지지 및 간호법 제정 재검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8 뉴스1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간호사 업무 범위를 8일부터 대폭 확대하자 간호사단체가 ‘간호법 재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처럼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는 업무 범위와 책임 소재를 명문화해 달라는 취지다. 지난해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대통령실도 “상황이 달라진 만큼 다시 논의해 볼 수 있다”며 전향적 태도를 보여 다음 달 총선 후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의료 강화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뒷받침하고 논란의 여지를 없앤 새로운 간호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일부 조항을 수정해 재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8일부터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응급환자 심폐소생술 등 89개 업무를 추가로 할 수 있다는 지침을 시행했다. 전공의 공백을 PA 간호사로 채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상당수의 병원에선 ‘변화를 실감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침을 따르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병원장 책임”이라고 명시했지만 간호사 사이에선 ‘소송이 제기되면 결국 우리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이 때문에 간호법을 통해 업무 범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달라는 요구가 나온 것이다.
여야도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의료개혁 전반을 논의하면서 그 안에서 간호법 문제를 다루는 건 우리 입장과 부합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 대응 및 공공·필수·지역의료 살리기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성주 의원도 “국민의힘이 입장을 바꿔 찬성한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간호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했다.
간호법의료법에 포함돼 있던 간호사의 지위와 업무 등을 분리해 독자적으로 규정한 법. 지난해 4월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