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 프로야구 LG 수석 트레이닝 코치가 수십 년 운동으로 단련되 팔뚝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89년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전신 MBC 청룡에서 트레이너로 시작해 36년째 야구계에 몸담고 있는 김용일 LG 수석 트레이닝 코치(58)는 야구 트레이닝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프로야구 10개 팀들은 각각 10여 명 안팎의 트레이닝(또는 컨디셔닝) 코치들을 고용하고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트레이너 두세 명이 한 팀 선수단 전체를 책임졌지만 트레이닝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트레이닝 파트의 인원도 크게 늘었다.
김용일 LG 수석 트레이닝 코치가 서울 잠실야구장 내 웨이트 시설 에서 덤벨을 앞에 두고 운동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김 코치는 LG 창단 첫해인 1990년과 4년 뒤인 1994년에 이어 지난해 우승까지 LG의 세 차례 우승을 모두 함께 했다. 세 번 모두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현장을 지킨 사람은 김 코치가 유일하다.
김 코치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는 현대 유니콘스에서 일했는데 그때도 3차례(2000년, 2003년, 2004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그가 한국 프로야구 제1호 ‘트레이닝 코치’가 된 것도 2003년 현대에서였다. 2019년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서 뛰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현 한화)의 개인 트레이너로 1년간 미국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수석 트레이닝 코치 직함을 달고 친정팀 LG로 돌아왔다.
한국시리즈 후드 티를 입고 운동을 하고 있는 김용일 코치. 동아일보 DB
지금도 그는 LG 야구단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다. 가장 먼저 출근해서, 선수들이 모두 떠난 뒤 가장 늦게 퇴근한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후에도 딱 하루만 쉬고 다시 야구장에 나왔다. 선수들에게 비시즌 맞춤형 프로그램을 짜주기 위해서였다.
일과 시간에는 선수들의 운동을 돕지만 김 코치 자신도 없는 시간을 쪼개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1년 365일 중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날을 빼곤 매일 운동을 한다는 그는 “내게 운동은 곧 생활이다. 1년에 닷새 빼고 360일은 운동을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프로야구는 대개 야간에 열리기 때문에 선수단 대부분은 오후에 출근한다. 하지만 그는 오전 10시경 일찌감치 야구장에 나온다. 트레드밀에서 약 30분간 빠른 걸음으로 몸을 예열한 뒤 이후 약 30분간 본격적인 근력 운동을 한다. 상체 운동은 이두와 삼두 운동, 등 운동, 코어 운동을 돌아가면서 한다. 하체 운동은 맨몸 스쾃을 시작으로 서서히 중량을 높여가며 스쾃과 데드리프트를 주로 한다. 원정 경기를 가서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숙소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잠깐이라도 운동을 한다.
류현진(왼쪽)과 김용일 LG 수석 트레이닝 코치. 류현진은 LA 다저스 시절 비시즌에 종종 김 코치의 도움을 받았다. 김용일 코치 제공
김용일 LG 수석 트레이닝 코치가 덤벨 운동을 하고 있다. 김용일 코치 제공
류현진은 2010년대 중반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고 국내에 들어왔을 때 김 코치와 함께 훈련했다. 2019년에는 전담 트레이닝 코치를 맡았던 그는 “3년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건 (류)현진이는 자기가 필요한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하루 4시간 트레이닝을 하기로 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이를 지켰다. 괜히 야구를 잘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LG 선수단 중에서는 “타고난 몸은 오지환, 만들어진 몸은 김현수”라고 평했다. 그는 “(오)지환이의 하체를 보면 정말 선천적으로 좋은 몸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관리까지 잘하니 다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현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트레이닝에 진심인 선수다. 입단 당시 다소 왜소했던 몸이 이제는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크고 우람해졌다”고 말했다.
김용일 LG 수석 트레이닝 코치가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휴식일에 그랜드 캐년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김용일 코치 제공
그는 또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코치는 “많은 분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서 본 동작을 똑같이 따라 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있거나 무릎 등이 좋지 않은 분들도 그렇게 한다”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불편함을 안고 정석으로 하기보다는 몸이 불편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스쾃을 할 때도 완전히 주저앉는 대신 자신이 버틸 수 있는 각도까지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플랭크 동작도 마찬가지다. 굳이 바닥에서 정석대로 플랭크 동작을 하는 대신 벤치 등을 이용해 팔꿈치를 대면 몸에 많은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그는 “몸이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중량 운동도 무거운 무게를 들기보다는 가벼운 무게를 더 많이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